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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코드금융’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1,000억원 규모의 청년희망펀드 모금액이 당초 취지인 청년 일자리 확대에 쓰이는 대신 90%가 은행예금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서는 등 모금을 강제했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은커녕 활용처 없이 1%대 정기예금에 방치한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 출시된 청년희망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모금액은 1,025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해 지출액은 889억원이다. 하지만 90%가량인 810억원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에 정기예금 형태로 예치돼 있다. 청년 해외취업이나 면접 컨설팅 지원 용도는 지출액의 10%가 채 안 되는 80억원에 불과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이라는 취지 때문에 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 오너는 물론 금융권 임직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기꺼이 동참했지만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당시에도 등 떠밀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계좌에 1,000만원을 기부했지만 당초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정기예금에 묻혀 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며 “1,000만원이라는 돈이 계좌에 찍혀 있지만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니 더 기가 차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해오던 ‘코드 금융’의 병폐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정책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과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금융권이 어김없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금융이나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청년희망펀드의 용처와 동력이 약화되면서 국고환수 논의도 나오고 있다.

/김보리·조권형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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