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로에셋투자자문은 5월 만기일 옵션거래에서 콜매도 타이밍을 놓쳐 약 4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8일 코스피지수가 전날 대비 이달 초 51.52포인트(2.3%) 상승하며 유로에셋투자자문이 선택한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전략한 이른바 ‘양매도 전략(스트래들매도)’이 대형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손실을 일부라도 회복하기 위해 콜옵션 매도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옵션 양매도 전략은 시장이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한다. 예를 들어 A가 100원짜리 주가지수를 살 권리인 콜옵션과 팔 권리인 풋옵션을 동시에 B, C에 10원에 팔았다면 A는 프리미엄으로 20원의 수익이 우선 발생한다. 이후 옵션 만기일에 주가지수가 99원이 됐다면 B는 콜옵션을 포기하고 C는 지수로 1원의 차액이 발생하지만 지불한 프리미엄이 10원이기 때문에 9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A는 당연히 19원의 이익을 낸다. 하지만 지수가 200원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양매도 전략을 취한 A는 콜옵션으로 90원 손실을 보고 풋옵션으로 10원의 프리미엄을 챙겨 8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달 초와 같이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의 범위를 벗어나면 양매도 전략은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큰 손실로 연결된다. 유로에셋투자자문은 2년 전에도 코스피 증시가 1,900에서 2,200대까지 등락을 거듭함에 따라 현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1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양매도 전략을 비롯해 선물·옵션거래는 투자 위험도가 높아 전문투자자들도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1995년 영국 6위 은행이었던 베어링은행이 싱가포르법인 주식 트레이더였던 리슨의 옵션거래로 파산했고 2010년 도이치증권 사태로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문제는 유로에셋투자자문에 자금을 맡긴 증권사들이다. 고객들이 무리한 투자전략을 문제 삼아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문사의 선물·옵션 상품을 중개하며 설명의무 위반 및 부당권유로 인해 고객들에게 13억원가량을 배상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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