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탑재된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에서 사망사고를 냈다면 누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인가.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문에 따라 투자했는데 고객이 큰 손실을 입었다면 누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인가.
25일 서울포럼에서 전문가들은 AI가 실생활 곳곳에 파고들면서 예상하지 못한 법적·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중기 홍익대 로봇윤리와법제연구센터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인한 법제 혁신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의 법·규제 체계가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현실과 맞지 않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상헌 세종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윤리규범’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일상언어도 이해할 수 있는 IBM의 ‘왓슨’이 등장한 후 로봇은 어린아이·노인 등을 상대하는 돌봄로봇,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되는 동반자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로봇의 의인화, 인간과 로봇 간 정서적 유착 또는 인격적 관계 형성과 같은 현상에 대한 윤리적인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빅데이터 이용의 확대에 따른 사생활 침해, 차별과 같은 문제에 대한 윤리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날 강연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과학기술인 출신인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전에는 하나의 법 체계가 주로 한 분야에만 영향을 미쳤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스마트공장이 생산공정뿐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주듯 4차 산업혁명은 한꺼번에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법 체계도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구축·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규제를 없애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표준화·안전성능과 같은 착한 규제는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 육성해야 사고와 혼동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미래정책연구부장은 “신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신설된다면 ‘관리지향적’보다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수요지향적’ 법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