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채권 투자의 세계에도 자율주행, 즉 시장의 흐름에 핸들을 맡기는 ‘패시브 접근’의 수요가 많다. 투자자들이 패시브 전략을 선호하는 것은 ‘낮은 비용’과 ‘안전성’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 둘이 항상 옳은 명제인 것은 아니다.
패시브 접근이 액티브 전략보다 저렴하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근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는 고수익 채권의 경우 장기간 운용된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유럽 및 미국 시장에서 액티브 펀드보다 수년 동안 낮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패시브 펀드가 고수익 채권 지표를 추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은 지수 구성 종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ETF 매니저는 이러한 변화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기 위해 빈번히 재조정에 나서고 이는 곧 운용비용 증가 원인이 된다. 패시브 전략이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까지 택할 만큼 운용비용이 저렴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패시브 접근으로는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포함한 외부 위험에도 취약하다.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신용도가 낮은 채무자의 부도율은 높아질 수 있다. 신용 위험에 대한 신중한 분석으로 부도 위험이 있는 채권을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 발행 규모가 큰 국가나 기업이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패시브 펀드의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일례로 일본 국채는 글로벌 채권 지수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채권 발행량이 많기 때문으로 현재 일본 국채의 상당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종목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지수 추종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 일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패시브 포트폴리오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하방 위험에 높게 노출돼 있다. 금리 인상 위험의 척도로 여겨지는 평균 듀레이션(블룸버그-바클레이스 미국 채권지수 기준)은 최근 10년간 4.5년에서 5.9년으로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수익률은 5.3%에서 2.6%로 급락했다. 지난 3년간 주요 글로벌 채권 ETF의 평균 듀레이션도 6.8년에서 7.9년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위험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는 자율주행 격인 패시브 접근보다 액티브 접근이 유용하다. 액티브 매니저들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하는 한편 위험이 있는 종목은 피해 간다. 신흥 시장이나 유럽 고수익 채권처럼 신용 사이클상 초기 국면에 있는 지역과 섹터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신용 위험을 줄이기도 하고 비교적 짧은 듀레이션의 채권에 선별 투자해 금리 위험을 낮추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따라서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는 것이 채권 투자에서 안정적인 시승감을 유지하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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