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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 신윤복 '단오풍정'

국보 제135호 혜원 신윤복의 화첩에 수록된 ‘단오풍정’. 간송미술관 소장. /사진제공=문화재청




단옷날 그네 타러 나온 한 무리의 여인들이 시냇가에서 몸을 씻으며 즐기고 있다. 가슴을 다 드러낸 벗은 여인의 몸보다도 노랑 저고리와 빨강 치마를 입은 새침한 기생이 먼저 눈길을 끈다. 가체를 풀어 내린 여인의 파란 치마까지 삼원색을 이루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옅은 속치마 색깔이나 옥색·흑색의 한복과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저 멀리 바위 뒤로 훔쳐보는 승려 둘의 은밀한 시선도 이 고운 색감 덕분에 그나마 덜 민망하다. 그림은 화원이던 혜원 신윤복이 남긴 30폭짜리 풍속화첩인 일명 ‘혜원전신첩’에 수록돼 있다. 아마도 지금의 인왕산이나 남산 계곡 주변 혹은 정릉이나 성북동 골짜기 어디쯤의 단오 풍경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한량과 기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남녀의 애정과 낭만, 양반의 풍류를 다룬 그림들인데 예술성뿐 아니라 18세기 말 사회상을 보여주며 생활사와 복식사 연구에도 중요한 연구자료라 일찍이 지난 1970년 국보 제135호로 지정됐다. 조선 후기 일본으로 유출된 이 화첩을 1930년 간송 전형필이 사들여 와 새로 틀을 짰고 위창 오세창이 발문을 썼다. 간송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 중 하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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