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 수입차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브랜드 가치에 공격적 마케팅, 촘촘하게 짜인 제품 라인업에 힘입어 전통의 고객층인 50~60대 층은 물론 수입차의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 등 젊은 층도 BMW를 제치고 벤츠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양상이다.
29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의 올해 1~4월 시장 점유율은 33.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수입차협회가 자료를 집계한 지난 2003년 이후 특정 브랜드가 연간 수입차 시장 점유율 30%를 넘긴 경우는 없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3년 BMW의 27.9%였다. 올해 BMW의 점유율은 24%다.
벤츠의 수입차 시장 연간 점유율은 2012년 이후 5년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BMW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BMW 역시 3년 연속 점유율이 늘고 있지만 벤츠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벤츠는 올 4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급증했다. 추세대로라면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 판매 7만대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벤츠는 소형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젊은 고객 비중도 늘고 있다. 특히 BMW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던 30대 점유율도 벤츠가 BMW를 앞질렀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연령별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보면 벤츠의 30대 점유율은 27.4%로 BMW(27%)를 처음으로 앞섰다. 수입차 시장은 30~40대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지금까지 30대는 BMW를 더 많이 선택했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에 준중형 차량 라인업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츠가 젊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A클래스와 CLA, GLA 등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역전됐다. 10대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벤츠가 BMW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벤츠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브랜드 가치가 가장 큰 이유다. 수입차 시장에는 ‘흔해지면 안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2004년 시장 점유율 22.9%를 차지했던 렉서스나 2008년 20% 점유율을 기록한 혼다, 그리고 BMW가 그 경험을 했다. 하지만 벤츠는 상황이 다르다. 일단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판매 정지가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고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경쟁 브랜드 역시 올해는 성적이 부진하다. BMW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가 악화되는 것도 이유다. 지난해 대규모 할인을 막겠다며 도입한 견적실명제 이후에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BMW 주요 차종의 할인이 1,000만원에 이른다는 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BMW코리아는 본사가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할인 판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BMW나 일본 주요 브랜드로 수입차 시장에 진입한 고객들이 차량을 교체하는 수요가 벤츠로 쏠리고 있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첫 차를 국산차로 타던 고객들도 벤츠의 소형차 라인업을 선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독일 경쟁 브랜드처럼 연비 및 배기가스 조작 등의 블랙스완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벤츠 천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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