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아기(체외수정) 시술에 필요한 적정 수의 난자를 얻기 어려운 여성들은 난자를 둘러싼 액체인 난포액에 3가지 단백질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산부인과 이정렬·김슬기 교수와 경희대 응용과학과 김광표 교수팀은 배란유도제를 써서 시험관 아기 시술에 필요한 난자를 적정 수 이상 얻은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7명씩의 난포액 단백질을 비교분석해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단백질체학)’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두 집단 간에 난포액 단백질의 양 차이가 큰 131개를 추려냈다. 이어 추가 분석을 통해 3개 단백질(PZP·RENI·SPRX)의 양이 많은 여성은 적정 수의 난자를 얻기 어려운 ‘과배란 유도 저반응군’이라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염증 반응에 관여하거나 난자의 성숙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일반 여성은 배란유도제를 쓰면 10개 안팎, 저반응군(과소배란군)은 3개 이하의 난자를 얻을 수 있다. 저반응의 원인으로는 높은 임신 연령과 체질량지수(BMI), 난소·골반관련 수술이력, 자궁내막증, 배란장애 등이 지목돼왔다. 하지만 누가 저반응군인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과배란 유도 저반응군을 가려낼 수 있는 바이오 마커(생체표지자)를 찾아냄으로써 저반응군 예측,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두 집단의 단백질 양을 상대비교하는 데 그친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저반응군 진단에 필요한 정량적 진단기준 마련을 위해 많은 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험관 아기 시술의 성공률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은 난자 수가 적거나, 난자의 질이 떨어지거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자궁내막에 이식했지만 착상이 안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저출산대응 의료기술개발) 지원으로 수행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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