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이정희(사진) 현 세무자문본부장을 선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신임 대표는 6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3년간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 신임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되며 당국의 징계와 형사소송에 휘말린 안진의 사세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982년 공인회계사회 시험에 합격한 이 대표는 이듬해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1983년부터 안건·하나·안진회계법인에 근무했다. 2010년 딜로이트안진 세무본부장으로 취임해 딜로이트안진 세무자문본부의 경쟁력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관계에 발이 넓은 점도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안진을 이끌 리더가 된 배경으로 꼽힌다. 딜로이트안진 측은 “이 신임대표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갖췄으며 현 상황 극복과 조직 재정립, 미래를 위한 혁신을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며 “감사 업무는 물론 세무자문본부의 성장을 일궈낸 경험이 법인 전체의 책임경영으로 확대돼 시장 내 신뢰와 매출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은 당장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소송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6월9일 딜로이트안진과 관련 회계사들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소속 회계사들에 징역 3~5년, 안진에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이 유죄로 판결하면 국민연금 등 투자자가 건 대규모 민사소송에서 안진은 치명타를 입는다.
안진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12개월 신규 감사업무 정지 징계에 반박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미 안진에서 이탈한 기업 고객들은 경쟁사와 감사 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이기더라도 실질적인 이득은 낮은 편이다.
안진은 분식회계 방조라는 오점을 남긴 감사 부문과 나머지 비감사 부문 간 분사를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감사 부문은 소송 대응에 주력하고 재무자문과 세무자문은 적극적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분사하면 비감사 부문은 급여체계가 자유로워지고 감사한 기업의 재무자문을 금지하는 이해상충 규제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재무자문 등 비감사 영역에도 분식회계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기업회생을 맡는 서울회생법원과 산업은행은 안진을 업무에서 배제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재무자문 인력이 팀 단위로 이직하는 등 비감사 부분 직원의 이탈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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