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건강보험 관련 두 가지 핵심공약을 이행하는 데 5년간 2조1,75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이중 79%(1조7,200억원)를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나머지는 복권기금·담배부담금 등 준조세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오는 2023년쯤 소진될 상황이어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숙제로 남는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한 공약 이행계획안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의 건강보험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현행 122만~20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는 데 건강보험료와 정부예산 등으로 조성되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1조4,250억원이 든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법제화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데는 건강보험 재정과 복권기금·민간기부금 등 7,500억원이 필요하다.
또 박근혜 정부의 중점 추진 사항이었던 암, 심장·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은 물론 그 이외 질환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15세 이하 청소년·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10~20%에서 5%로 낮추고, 치매환자 진료비의 90%를 국가가 부담하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천억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 중 사후정산제를 통해 연간 7,000억원가량을 늘려주는 것이 전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현재 21조원이 쌓여 있는 건강보험 누적흑자에 기대려는 눈치다. 그러나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공약이행 변수가 없어도 2023년쯤 소진될 재원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1인당 급여비는 지난해 96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7월 시행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도 연간 1조원가량의 적자요인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6.12%(직장가입자 기준)인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다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의료 수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의료계가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임승지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박사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그러면 보험료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며 “공약을 이행하겠다면 인상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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