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등 바이오 벤처들이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병 분야에서 새로운 유전자·단백질을 겨냥한 신약 후보물질을 속속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지만 성공할 경우 새로운 독점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김용성 아주대 교수팀과 세포질 안에서 췌장암·대장암 등을 일으키는 라스(Ras) 돌연변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세계 첫 항암 항체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임상시험은 본 임상에 앞서 동물실험 등을 통해 독성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다.
라스 돌연변이 단백질은 가장 널리 알려진 종양유발 인자로 췌장암의 95%, 대장암의 52%, 비소세포 폐암의 30%가량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기존 치료용 항체는 세포막 안으로 침투하지 못해 세포 외부의 막·분비 단백질만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김 교수팀은 세포질을 침투해 라스 돌연변이 단백질을 직접 억제하는 항체를 개발해 실험 쥐 모델에서 대장암 등의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됐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쥐에서 나타난 약효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올해 전임상시험을 거쳐 2019년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니아(064550)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유전자·단백질 합성 분야에서 2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RNA)와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는 RNAi(RNA interference) 신약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다양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중 상처치유 과정에서 섬유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끔찍한 흉터를 만드는 켈로이드 질환과 간암(2종), 폐가 섬유화돼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 피부 건선 치료제 후보물질 5종 등을 유한양행(000100)에 이전했다. 올 하반기 중 우수의약품생산시설(GMP)을 짓고 내년에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바이오니아에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8.2%를 확보하고 전임상시험 때 36억원을 넣을 예정이다.
바이오브릿지도 발걸음이 바빠졌다. 이 회사는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의 권리를 사들여 임상시험 등을 진행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표적(막단백질)을 억제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독성시험 계약을 맺었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 교수팀이 개발한 호흡기 염증성 질환 치료용 신약 선도물질을 지난해 말 이전받아 최적화한 약물로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뉴라클사이언스도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신경교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딱지’를 제거해 신경을 되살리는 개념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항체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딱지를 만드는 표적단백질을 억제하는 선도물질로 동물실험을 진행해 전임상시험에 쓸 후보를 골라낼 계획이다.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는 “효율적인 항체 생산공정을 개발해 내년 하반기 전임상시험에 들어가고 일반 혈액검사 방식의 치매 조기진단 키트에 대해 올해 말쯤 유럽 인증(CE 마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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