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요금 인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1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 공약인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통신비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 독과점과 관련해 시장분석에 나서면서 이통사는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통사들은 원칙적으로 “기본료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지만 조만간 데이터요금 인하나 저소득층 요금 지원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선에서 타협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 등을 잇따라 접촉하며 문재인 정부의 기본료 폐지 압박과 관련한 해법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부 이통사는 내부에 기본료 폐지 방어 등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할 정도로 대응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통사 고위관계자는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정치권 등에 우리의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은 모두 17건으로 위약금 상한제 신설,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과태료 상한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통사들은 일부 계층만 가입 가능한 요금제 신설 또는 기존 요금제 개편 등 타협안을 통해 어떻게든 기본료 일괄 폐지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부처인 미래부의 고민도 깊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민간기업에 요금 인하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올릴 때만 규제할 수 있다. 기본료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능하지만 기본료 폐지 강요는 헌법 37조 2항에 명시된 기업 재산권 행사 제한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있기 때문에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미래부는 지난 2011년 알뜰폰 도입 이후 관련 가입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통신요금 부담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는 입장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가구당 통신비는 14만7,700원이었지만 이듬해 14만4,000원으로 소폭 줄었다. 제4이동통신을 통한 경쟁 활성화 방안 또한 대기업들의 외면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현재의 3사 중심 체제는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시장 독과점 체제라는 것이 내부 의견이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 방안 또한 이통사를 대신할 만한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단말기를 유통하지 않는 이상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을 독점하고 추가적인 이통사 도입이 쉽지 않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알뜰폰의 경우 요금이 반값에 불과한 경우도 많은데 멤버십 등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3사 서비스를 고집하면서 요금이 높다고 항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관건은 새 정부의 강경한 기조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5일 미래부 업무보고에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내용이 없자 이날 추가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딱 부러지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개호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래부가 통신비와 관련한 안을 갖고 오지 않아 오늘 검토를 못 했다”며 “미래부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래부가 무료 와이파이 및 알뜰폰 서비스 확대와 같은 기존 방안 외에 이통사를 보다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이 위원장이 이날 “사회적 약자의 통신료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기본료 일괄 폐지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을 내놓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시작으로 집권 기간 내내 기본료 폐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연대가 이날 90개 개혁과제를 국정기획위에 제출하며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시행 △알뜰폰 도매가 인하 및 전파사용료 감면 등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기본료 폐지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