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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전통과 추억을 사세요" 헤리티지 마케팅 뜬다

70년대 후반 인기 끌었던 테니스 코트화

중장년엔 향수·젊은층엔 세련미로 어필

휠라·리복·프로스펙스 '복고 제품' 인기

브랜드 정체성,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

명품에서 음식·캠핑용품까지 열풍 확산





리복 클래식의 ‘클럽 C’ 빈티지 모델./사진제공=리복 코리아


#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휠라 브랜드 케이스 스터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및 학생들이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집중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휠라의 히트 아이템을 소개하며 ‘헤리티지 마케팅’ 성공사례를 공개하자 참석자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휠라 측은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휠라가 부활한 사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체성과 자산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 최근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헤리티지 마케팅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유통 및 식품·의류업계 등 여러 산업에서 향수를 접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헤리티지’ 상품과 문화에 관심을 쏟는 심리적 요인을 ‘자존감’으로 분석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안정감을 찾고 오랜 전통의 브랜드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현실에서 무너진 자존감을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69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진 이상민씨가 베인스우드의 70만원대 나이테도마를 사용하면서 주목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다시 등장하는 70년대 테니스코트화=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나무 소재를 쓴 오디오 등 레트로(복고주의를 지향하는 문화)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들 상품은 추억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너무 첨단화된 현대 상품에 비해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최근 취업·결혼·출산·내집마련 등 각종 사회적 장벽 앞에 무너진 소비자들이 정통성을 강조한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존감을 세우려는 심리도 강하다”고 말했다. 중장년 소비층에는 클래식함과 과거의 향수가, 젊은 소비층에는 세련된 디자인 속에 레트로풍이 주는 신선함이 어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 1970년대 후반 테니스코트화로 등장해 1990년대까지 젊은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았던 코트화가 20~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휠라에서 출시한 코트화 ‘코트디럭스’는 8개월 동안 무려 30만족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1979년 출시된 코트화를 재현한 뉴발란스의 ‘CRT300’도 지난해 하반기에만도 10만족 이상이 팔렸다.

심지어 리복은 2017년을 ‘코트(Court)의 해’로 정하고 테니스코트화 헤리티지 제품인 ‘클럽 C’ 모델을 선보였다. ‘클럽 C’ 빈티지 모델은 지난해 상반기 한정판으로 선보였다가 한달 안에 매진된 후 하반기부터 다시 출시했다. 올해 상반기에만도 12만족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해 ‘헤리티지 열풍’을 확인했다. 윤영후 롯데백화점 스포츠바이어는 “꾸준히 지속되는 복고 열풍에 따라 과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트화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연아 운동화’ 이후 침묵하고 있었던 프로스펙스도 복고 신제품으로 날아오를 기세다. 1981년 출시된 디자인을 복원한 ‘오리지널 라인’을 최근 출시하면 레트로 흥행에 동참했다. 프로스펙스를 전개하는 LS네트웍스는 패션시장 침체로 2015년부터 2년 동안 적자에 허덕인 끝에 지난해 9월께 프로스펙스만 남겨두고 나머지 패션 사업들을 정리하며 내홍을 겪었지만 이번 출시가 브랜드 위상을 다시 높일 기회로 보고 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1950년대 런던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이니키(INIKI)’ 러닝화를 출시한 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복 클래식은 브랜드의 대표적 헤리티지 모델을 선정해 연간 에 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 전시회 전경


◇ 음식도 명품도 레트로 열풍=어릴 적 추억으로 돌아가려는 바람이 불며 캠핑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에서는 역사가 100년에 달하는 정통 브랜드 ‘콜맨’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지난 한해에만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버팔로의 경우도 그늘막 텐트를 3만개나 팔며 지난해 400억원 매출을 거둬들였다.

1일 점심께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군고구마와 찐옥수수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에서 중년 고객들이 군고구마를 사고 있다./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본점과 경기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군고구마·찐옥수수 팝업 매장을 운영해 짭짤한 수입을 얻고 있다. 5년 전부터 있던 매장이지만 최근 들어 향수로 구매하는 40대 주부들과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겨울의 경우 본점 매장에서만도 하루 100만~150만원씩 매출이 나온다”며 “객단가가 크지 않은 상품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편집숍도 헤리티지 마케팅을 들여왔다. 일본의 유명 남성복 브랜드 ‘링자켓’을 전문적 수입하는 편집숍 대표는 빈티지 데님 원단을 공수해 단 하나뿐인 코트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헤리티지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식품업체도 제품의 군더더기를 빼고 정통 원료만 살린 제품을 이달 중순 선보이며 ‘복고풍’에 합류할 방침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제 식품업계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승부를 거는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식품업체도 관련 신제품을 준비하며 헤리티지 마케팅을 내세운 ‘순수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명품 브랜드만큼 헤리티지 마케팅에 열중하는 분야도 없다. 루이비통은 오는 8일부터 8월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비통’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 역시 1854년 루이비통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소장품 1,000여점을 10가지 테마로 재구성해 160년을 이어온 메종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 /윤경환·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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