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야심작인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가 출시 예정일을 열흘도 채 안 남겨둔 상황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코나의 생산기지인 울산1공장의 설비 작업은 마쳤는데도 생산노조와 사측 간 차량 생산을 위한 협의가 여전히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5일 현대차(005380)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1공장 노조와 사측은 코나 생산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신차나 부분변경 차종을 생산하기 전 노사가 생산 부품의 범위와 인력 투입에 대해 협의하도록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다. 부품 범위는 ‘모듈’ 협의, 투입 인력은 ‘맨아워’ 협의로 불린다. 쟁점은 ‘모듈’ 협의다. 현대차는 코나에 범퍼와 서스펜션 등 일부 부품에 대해 완제품 형태인 모듈로 들여와 생산라인에서 조립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생산 속도 향상과 부품 품질 개선 측면에서 대부분의 완성차가 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라인의 근로자는 다른 공정으로의 전환 배치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노조는 작업 숙련도에서 볼 때 전환 배치되는 인력의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범퍼 외주화에 따른 외장부 인력의 전환은 우여곡절 끝에 협의가 이뤄졌지만 서스펜션 모듈화에 대해서는 아직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출시일이 임박한 데 따라 모듈 협의와 맨아워 협의를 같이 진행하자는 사측 요구에도 노조는 모듈 협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3일 신차 출시행사에서 직접 소개를 준비할 정도로 현대차는 코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을 탑재하면서도 2,000만원 안팎의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급성장 중인 소형 SUV 시장의 수요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쌍용차 ‘티볼리’의 아성을 깨고 빠른 시일 내 수출에 나서 유럽과 북미지역의 판매 부진도 씻어내겠다는 게 현대차 복안이다.
문제는 코나의 양산일이 늦어지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아차(000270)는 다음달 중순 ‘스토닉’을 출시한다. 업계에서는 차체 프레임이나 첨단사양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을 사실상 같은 차로 평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나의 출시일이 한 달가량 빠른 것은 현대차의 맏형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며 “생산 문제로 출고가 늦어지면 시장 관심이 스토닉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코나 생산과 관련한 노사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현대차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13일 출시행사와는 별개로 20일 이후 코나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양산 전 노사 간 협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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