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등 시중은행이 9월이면 사실상 종이통장 발행을 중단한다. 120년 넘게 이어져 온 종이통장이 국내서도 이제 ‘역사’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종이통장 발생 중단에 속도를 내는 것은 모바일뱅크 등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미 ‘점포 없는 은행’인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데다 기존 은행 또한 비대면 채널로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어 종이통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통장 분실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대포통장 등이 악용되는 등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도 종이통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이통장 제작 원가는 300원 내외지만 인건비나 관리비까지 붙이면 5,000~1만8,000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장을 신규로 발행할 때는 무료, 분실에 따른 통장 재발행은 2,000원의 수수료를 매긴다. 인건비·발행시간 등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연간 150억원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종이통장 발생 중단이 단순히 비용의 문제라기보다 창구 업무 등으로 인해 조직의 디지털 전환이 늦춰지는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 은행 업무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은행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종이통장”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종이통장 발행 중단을 가장 먼저 추진해 왔지만, 최근 지점 통폐합 등으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어 주춤한 상태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종이통장을 쓰지 않고 있으며 일본도 인터넷거래 증가로 종이통장 발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당국도 종이통장의 단계적 감축 계획을 발표한 만큼 이르면 오는 9월이면 시중은행 전반으로 종이통장 발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예·적금 계좌의 약 90%에 해당하는 10종의 예·적금 상품에 대해서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통장 미발행 대상을 은행 전체 상품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신한S통장지갑’, 우리은행은 ‘위비톡예금’, 농협은행은 ‘e-금리우대적금’을 통해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에 한해 이체수수료 면제, 우대금리 등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일부에서는 시중은행의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이 더해질 수 있어 종이통장의 100% 발행 중단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노인층이나 사회약자층을 배려하기 위해 전자통장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s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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