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봄 가뭄에 전국이 비상이다. 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농작물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모내기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타들어 가는 농심을 적셔줄 시원한 단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나마 가뭄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듯하다.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가뭄이나 우박 피해 같은 큰 이슈가 생길 때의 일시적인 흥밋거리가 아니라 농업·농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깊은 애정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62.1%가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10명 중 8명은 농업·농촌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근간이라는 데 공감했다. 반면 최근 1년간 농촌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무려 67.9%였고 농촌관광 횟수도 1인당 평균 0.8회에 불과했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중요성은 높게 인식했지만 실제 농촌과 교류의 기회는 적었던 것이다.
농협은 도시민들이 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식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도농협동연수원을 설치하고 다양한 도농교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은 도시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단체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200여명을 농촌 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해 도농교류의 질을 한껏 높였다.
강원 영월에서는 유명 시인과 음악인이 문화이장이 돼 도시민을 포도밭으로 초대해 시낭송회와 체험행사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포도 봉지 안쪽에 시가 한 편씩 담겨 있는 포도를 수확하는 감성적 체험에 매우 만족해했다. 전남 영암에서는 유명 요리사가 명예이장이 돼 주민들과 함께 지역특산물인 한우와 멜론을 활용한 ‘영암버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농협 또한 코레일과 함께 100여개의 기차여행 코스를 개발해 체험관광과 연계한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를 운영 중이다. 벌써 수만명의 도시민이 농촌의 멋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도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도시민은 공해로 찌든 일상을 벗어나 아름답고 청정한 우리 농촌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고 지역 농산물도 구입한다면 우리 농업인에게도 커다란 보탬이 될 것이다.
도시민의 농업·농촌 사랑 실천은 결코 어렵지 않다.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농업인과 소통하고 부족한 일손을 돕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관심과 실천이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는 것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농업·농촌에 단비가 돼 활력을 되찾고 도시와 농촌이 균형 있게 상생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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