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전통적 시중은행 ‘텃밭’이나 다름없는 환전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새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지금까지 영업방식인 예대마진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최초로 미달러, 엔화, 유로화, 위안화에 대한 환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다 보니 일부 영업점에서만 환전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앞으로 서비스 영업점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환전업무는 저축은행에서 할 수 있는 업무 중 하나였지만, 그동안 외국환 전문인력이 없거나 수익성이 낮아 환전 서비스를 개시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 출범으로 저축은행이 강세를 보인 중금리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환경이 나빠져 새로운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새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환전 등 그동안 계륵과 같던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굉장히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업계 전체가 새로운 수익사업에 목말라 하고 있다”며 “환전이나 할부금융 시장, 핀테크 진출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BI·JT친애·OK저축은행 등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을 위주로 1~2년전부터 캐피탈사의 전유물 처럼 여겨지던 할부금융이나 미지의 영역이었던 중금리 시장으로의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이 환전 등과 같이 신사업에 진출하더라도 시중은행과의 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국 지점수가 10개를 넘는 저축은행이 9곳에 불과할 만큼 시중은행에 비해 전국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하고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뱅크와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저축은행이 환전시장에 뛰어들면서 은행이나 사설 환전소 등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웰컴저축은행은 환전서비스 개시와 함께 80% 환율 우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환율 우대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면 ‘너도 나도’ 수익을 못 얻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외국환을 이용한 부정거래 등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서는 노력은 좋지만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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