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지난 9일. 김 경제부총리의 집 앞은 문재인 정부 처음으로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했다. 서울경제신문이 김 부총리의 퇴근까지 기다려본 결과 화환이나 선물은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고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현관 앞에는 김 부총리의 아내가 구입한 듯한 택배만 놓여 있었다. 청탁금지법 탓이나 이미 지명된 지 여러 날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김 부총리의 소탈한 성품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금요일이었던 이날 김 부총리는 오후10시25분께 귀가했다. 부총리로 공식 임명됐음에도 백팩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쇼핑백에 짐을 넣은 차림이었다. 김 부총리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업무를 보고 왔느냐”는 질문에 다른 저녁 약속을 마치고 왔다고 전했다.
취재진의 소감을 묻는 말에도 극구 사양했다. 그는 “오늘 여러 군데서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임명장을 받은 첫날이어서) 시기가 너무 이르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내가 서울경제신문 펠로(fellow·자문단)에도 들어가 있다”며 “나중에 자리를 만들겠으니 양해해달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 부총리는 “(기자들이)소위 뻗치기를 하고 있었네”라며 자택에 있던 부인에게 음료수라도 가져다 달라고 했고 “한마디도 하지 못해 미안하다.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도 성품과 정책 성향 등에 있어서 호평을 들으며 총리를 제외한 내각 지명자 중 처음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고졸 출신으로 순수히 능력과 성품만으로 고위직에 올라 화제가 됐다. 청문회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의원은 “돈·학벌·인맥 없이 이 자리에 왔다”며 “한국 경제사에 오래 기억될 부총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울먹이며 당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 부총리의 공직생활 선배다.
조용히 취임한 김 부총리는 12일부터 강행군을 시작한다. 오전부터 국회에서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고 오후2시에는 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한다. 13일에는 취임 후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며 벨기에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면담한다. 14일에는 인도 재무장관과 회담하며 취임식은 목요일인 15일로 밀려 있는 상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도 이번주 중 만날 것으로 보이며 15일부터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 참석해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이태규·김영필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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