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애플발 나스닥 급락에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후폭풍을 맞았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사흘 만에 하락 전환해 2,350선으로 밀려났다. 특히 1%대 하락폭은 지난 3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급락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8’에 대한 악재와 더불어 급등했던 IT 기술주에 대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가 부각되면서 차익실현 요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서의 IT주 약세는 IT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IT 기술주가 속한 코스피200 IT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7%나 하락했다. 특히 애플 수혜주로 꼽히던 국내 IT 부품주의 하락폭이 컸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제공하는 LG이노텍(011070)은 전 거래일 대비 5.47% 급락했고 LG디스플레이(034220)도 4.9% 하락했다. 아이폰8 협력사로 선정된 터치스크린 패널 생산업체 인터플렉스(051370)도 2.07%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애플 관련주의 급락은 신제품 아이폰8에 대한 악재성 소식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은 인텔의 부품 공급 지연으로 아이폰8의 데이터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 시장 점유율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전 거래일 대비 3.88% 하락하며 15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이는 4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이며 하루 만에 약 300억달러(약 33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이 8,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상황이었던 만큼 투자자들의 충격도 컸다.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7,760억달러(약 873조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애플의 급락은 브로드컴(-4.55%), 큐로브(-3.6%), 스카이웍(-3.6%) 등 관련주들을 동반 하락세로 이끌었다.
또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애플 사태와 더불어 골드만삭스의 미국 5대 기술주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에 대한 가치 조사 발표로 주요 IT 기술주들이 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무려 6,000억달러 늘어났다며 홍콩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의 연구 결과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그동안 IT주들의 주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현재 주가 수준이 펀더멘털에 적합한지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3.4%), 페이스북(-3.28%), 아마존(-3.27%) 등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에서도 네이버(-6.77%), 삼성SDI(006400)(-4.82%), 삼성전기(009150)(-4.3%), 삼성SDS(-4.03%), LG전자(066570)(-3.06%), 삼성전자(005930)(-1.56%) 등 주요 IT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 퀼컴의 차세대 모뎀칩인 나노7칩 생산을 수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부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 연구원은 “애플과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상승이 펀더멘털 대비 정당한가라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펀더멘털에 대한 재점검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간 국내 기업들 중 상승폭이 컸던 업종과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예상대로 2·4분기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1위에 올라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90만원으로 제시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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