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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EATURE|반복되는 인수합병과 혹독한 구조조정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크래프트 하인즈를 소유한 브라질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입증된 투자 방식을 적용해 새롭고 거대한 글로벌 식료품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그들이 다음에 노릴 인수기업은 어디일까?







그들은 매디슨 Madison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려고 여전히 애를 쓰고 있다. 아직 페쇄가 확정되지 않은 3월 말 어느 날, 한 크래프트 하인즈 Kraft Heinz 직원이 드넓은 오스카 메이어 Oscar Mayer 공장의 조명을 모두 끌 것이다. 그리고 98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도 일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이 공장은 한 때 시의 최대 고용주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4,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시간 당 900마리의 돼지를 오스카 메이어 핫도그, 베이컨, 슬라이스 햄, 그리고 기타 제품으로 만들었었다. 그러나 크래프트 하인즈가 2015년 공장 폐쇄를 발표했을 땐, 근로자 수가 약 1,000명으로 줄어 있었다. 최근엔 그 숫자가 400여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간 치즈(liver cheese) 같은 일부 제품들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80세 이하 소비자들 중에는 이 치즈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아무도 3월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 6만여 평의 부지가 환경 개선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이 부지의 ‘가치’는 마이너스 1,000만 달러에서 마이너스 2,000만 달러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가 그곳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별무소용인 상황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오스카 메이어의 폐쇄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큰 부지를 재개발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폴 소글린 Paul Soglin 매디슨 시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모를 고려하면, 재개발에 1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5개월 전만 해도 1,000명의 근로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던 공장이 (간 치즈 생산중단을 넘어) 왜 폐쇄까지 하게 됐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어느 중서부 지역 가공육 공장의 운명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사모펀드 3G캐피털-올해 77세의 브라질 최고부호 파울로 레만 Paulo Lemann이 총괄 지휘하고 있다-의 강력한 경영방식 하에서 크래프트 하인즈의 비전통적인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에선 심지어 미국식료품 산업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세계 식료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3G가 세계 식료품 산업의 판을 뒤흔드는 작업에 막 착수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뛰어난 성과를 올린 3G의 전술이 이번에는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세계 식료품 산업의 복잡한 합종연횡이 당신이 이해 못할 정도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18개월 전 태어났다. 그때 하인즈가 미국 기반의 식료품 제조업체 크래프트 푸드 그룹 Kraft Foods Group(이하 KFG)를 인수했다. KFG는 지난 2012년, 지금은 몬델레스 인터내셔널 Mondelez International로 알려져있는 다국적 제과사들의 연합체에서 분리됐다. 독립 상장회사인 몬델레스는 머지 않아 일련의 기업 인수합병 스토리에 재등장할 수도 있다. 하인즈는 2013년 워런 버핏으로부터 상당한 자금 지원을 받은 3G캐피털에 의해 인수된 후 비상장화의 길을 걸었다. 크래프트를 인수해 2015년 하인즈와 합병시킨 3G는 통합 법인을 ‘크래프트 하인즈’라는 이름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3G의 지분은 각각 27%와 24% 정도다.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가? 근소한 차이로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버핏은 이사회에 자신을 포함해 세 자리를 차지했지만, 3G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들이 크래프트를 인수하기 전, 그는 “나보다 3G가 하인즈 경영의 적임자라는 걸 인정하는 게 부끄럽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버핏이 그토록 감탄하는 3G식 경영 모델은 자세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 현재 식료품 산업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게 정의하면, 이 모델의 본질은 실력 주의 (Meritocracy)다. 모든 직원들이 매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상위 실적자들에겐 반가운 얘기다. 이들은 ‘육중하고 노쇠한’ 식료품 회사들에선 들어보지도 못한 속도로 빠르게 승진을 하고 있다. 일례로, 베르나르도 헤스 Bernardo Hees 크래프트 하인즈 CEO는 2005년 3G의 전신이 소유했던 올 아메리카 라티나 로지스티카 All America Latina Logistica라는 회사의 CEO에 올랐고, 2010년 이후에는 3G가 소유하고 있는 버거킹의 CEO를 역임했다. 2013년 하인즈 CEO 자리에 올라 지금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CEO를 맡고 있다. 그의 나이는 46세에 불과하다.

반대로 하위 실적자들은 동일한 속도로 빠르게 해고되고 있다. 편성된 예산도 매년, 혹은 더 자주 가차없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삭감하는 식이다. 결국 헤스와 다른 고위 임원들은 3G의 파트너들인 셈이다. 그들의 개인 돈이 모든 인수기업에 투자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여유가 전혀 없다.

매디슨 오스카 마이어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사실 그 공장은 오래 전에 문을 닫았어야 했다. 모든 사람들도 그 당위성을 알고 있었다. 크래프트 임원으로 은퇴했고,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을 전세계 식료품 가공 공장에서 보낸 존 러프 John Ruff도 “그 공장은 착한 직원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낡아져만 갔다. 절대로 과거처럼 운영될 수 없었다. 공장 폐쇄가 아마도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크래프트는 3G에 인수되기 한참 전에 공장 폐쇄를 하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는 크고 오래된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던 공장은 회사 역사에서 소중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3G은 달랐다. 크레딧 스위스 Credit Suisse 애널리스트 로버트 모스코 Robert Moskow는 “크래프트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3G가 그들이 오스카 메이어 공장 폐쇄 같은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러프도 이에 동의했다. “3G는 잔존하는 많은 감성적 관계를 끊어버렸다.”

지금부턴 260억 달러 규모의 회사 전체에 녹아있는 경영 철학을 살펴보자. 3G 경영 모델의 1단계는 기존 경영진의 완전한 교체와 즉각적인 비용 절감이다. 3G는 단 하루 만에 하인즈 임원 12명 중 11명을 내보냈다(포춘이 2013년 ’하인즈의 쥐어짜기‘ 기사에서 전한 바 있다). 하인즈가 크래프트를 인수했을 때에도 임원 10명이 곧바로 해고됐다. 현재 크래프트 하인즈의 최고 경영진 10명 가운데 8명이 회사의 경영 전략(Playbook)을 잘 아는 3G 출신 브라질인으로 채워져 있다. 한 전직 하인즈 이사는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약간의 불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3G의 모든 기업인수가 그렇듯이 크래프트 인수 직후에도 비용 절감 조치가 취해졌다. 오랫동안 무료 크래프트 제품들(치즈와 젤오)로 채워져 있던 사무실 냉장고가 합병 마무리 며칠 후 사라지기도 했다. 기업 전용기도 처분됐고, CEO 이하 직급의 모든 직원들은 이코노미 석을 타야 했다.출장 가는 직원들도 가끔은 호텔 2인실을 이용해야 했다. 실질적인 비용 절감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조치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회사가 미래의 직원들에게 ‘회사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1달러라도 마치 내 돈인 것처럼 다뤄야 한다’고 주입하는 것이다.





‘진정한’ 비용 절감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새 경영진은 북미지역 7개 공장 폐쇄와 다른 지역의 생산 통합으로 근로자 2,600명을 즉시 감축한다고 발표했다(7개 공장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 풀러턴 Fullerton 공장은 최근 도시락 수요가 늘어 폐쇄 결정을 철회했다). 추가 비용 절감은 ‘2차 효과(Secondorder effect)’에서 나오고 있다: 주와 시, 그리고 노조가 지역 시설의 폐쇄를 막기 위해 공장 유지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미주리 주 분 카운티 Boone County는, 공장 폐쇄가 예정되지 않았음에도, 인원 40%가 감축된 핫도그 공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규모 감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회사는 또 아이오와 주 데이븐포트 Davenport의 71년 된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하지만 근처에 신규 공장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예전보다 3분의 1 정도 적은 수의 근로자를 고용해도 475만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된다.

누구나 예상하듯, 3G는 웅장한 사옥을 선호하지 않는다. 크래프트 본사를 화려한 시카고 교외 캠퍼스에서 4분의 1 크기의 사무실(도심 고층건물의 5개 층을 쓴다)로 옮기기도 했다. 근무 공간은 대부분 개방형이다. 책상은 많지만 사무실은 거의 없는 형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이는 인수 회사 비용 절감으로 5년 내 ’투자회수(Exit)‘를 준비하는 전형적인 사모펀드 전략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3G는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방식(Modus Operandi, MO)과 이 방식이 크래프트 하인즈와 식료품 산업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장 유명한 투자였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 AB InBev의 사례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레만과 2명의 파트너 카를로스 알베르토 시쿠피라 Carlos Alberto Sicupira와 마르셀 헤르만 텔레스 Marcel Herrmann Telles는 지난 1989년 브라마 Brahma라는 브라질 주류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브라마가 1999년 대형 경쟁사 안타티카 Antarctica를 인수하고, 2004년 벨기에 주류 대기업 인터브루 Interbrew와 합병해 인베브 InBev를 탄생시켰다. 이 회사는 현재 바스 Bass, 벡스 Beck’s 라바트 Labatt, 스콜 Skol, 스텔라 아르투어 Stella Artois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인베브는 지난 2008년 숨막힐 듯 짜릿한 작전으로, 세계 최대 주류업체 앤호이저부시 Anheuser-Busch를 520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 훨씬 더 대단한 건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세계 2위 주류회사 사브 밀러 SAB Miller를 인수한 것이었다. 1,000억 달러가 넘는 인수금액은 기업 인수합병 사상 3번째 규모의 거래로 기록되었다. 작년 가을, 거래가 마무리 돼 앤호이저부시 인베브는 약 200개의 브랜드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 가운데 3개 제품(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은 세계적인 브랜드다. 현재 이 회사는 전 세계 맥주의 거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성과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요소에 주목해보자.

* 기업을 인수하자마자 투자회수를 생각하는 다른 사모펀드와 달리, 레만과 파트너들은 맥주 회사 투자를 28년 동안이나 계속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인터브루와 앤호이저부시의 합병으로 파트너들의 지분가치는 희석됐지만, 그들은 15명의 이사진 중 4명을 차지해 여전히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 투자는 ‘반복적인 인수와 구조조정’이라는 패턴을 띄고 있다. 뛰어난 경영능력을 지닌 3G 관리자들 덕분에, 인수하는 회사마다 가치가 상당히 증가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단한 혁신가는 아니다. 단지 인수를 통해 성장을 이뤄냈다. 자연스러운 유기적 성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다. 이 모델의 주요 특징은 그 효과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을 인수해야만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식료품 회사의 한 이사는 이에 대해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을 쳐야 하는 상어와 같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앤호이저부시 인베브는 이 모델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 회사 규모가 너무 커져 반독점 당국이 또 다른 주요 주류회사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알만한 사람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의 추측에 따르면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동종업계 밖에서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인수 대상은 코카콜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크래프트 하인즈가 식료품계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되어 업계를 지배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2류로 전락할까?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3G는 속내를 감추며-헤스는 이 기사와 관련된 인터뷰를 거절했다-투자자들에게 실적 전망(Earnings Guidance)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렇게 되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브라질 저널 Brazil Journal의 블로그는 지난해 11월 3G가 80억~100억 달러를 마련한 후 크래프트 하인즈를 통해 한 글로벌 소비재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당연히 3G는 이 보도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여기서 언급된 인수는 지금까지의 이 회사 투자 패턴과 일치한다. 그것이 3G의 가치창출 방식이다. 게다가 시점도 들어 맞는다. 3G는 하인즈 인수 2년 후 크래프트를 인수했다. 지금이 크래프트 인수 후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이다.

투자자들이 크래프트 하인즈의 대형 인수 추진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 인수 기대감은 주가에 선반영됐다. 애널리스트의 일치된 이익 전망치를 보면, 미래 이익 흐름을 현재 가치에 반영해 주가를 산정할 수 있다. 컨설팅 기업 에바 디멘션스 EVA Dimensions가 포춘을 위해 경제 이익(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 비용을 뺀 것)에 기초한 주가 분석을 실시한 결과, 크래프트 하인즈의 적정 주가는 59달러였다. 그런데 최근 주가는 87달러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그 정도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 넘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 뿐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3G 스타일의 또 다른 대형 인수에 베팅하고 있다. 에바 디멘션스의 CEO 베넷 스튜어트 Bennett Stewart는 “크래프트 하인즈는 적정 가격에 ‘제2의 크래프트 하인즈’를 추가 인수할 필요가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전체 식료품 업계는 다음 인수 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1위 후보자는 몬델레스다. 그렇게 되면 분리된 지 5년 만에 다시 크래프트와 재결합하는 셈이다. 행동 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 Bill Ackman의 퍼싱 스퀘어 Pershing Square 헤지 펀드는 크래프트 하인즈 합병이 마무리되고 몇 주 후, 56억 달러 규모의 몬델레스 주식을 매수한 바 있다. 3G가 몬델레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광범위한 인식 하에서 이 베팅이 이뤄졌다(애크먼과 몬델레스는 이 기사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3G에게 몬델레스는 여러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저성장 상태인 미국 시장을 탈피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해외시장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전체 사업 중 30%만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몬델레스를 인수하면 통합 법인의 해외시장 비율이 48%로 확대될 것이다. 식료품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의 매출 비율도 12%에서 26%로 증가할 것이다. 몬델레스는 3G가 ‘경영 마술’을 펼치기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몬델레스의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비율이 주요 인수 대상 기업들 중 가장 낮은 18.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나머지 대상들은 켈로그 Kellog, 캠벨 수프 Campbell Soup, 제너럴 밀스 General Mills, 그리고 분유 제조사 미드 존슨 Mead Johnson 등이다). 이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이 EBITDA비율을 자사의 상당히 높은 영업이익률인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한 가지 다른 이점도 있다. 몬델레스는 가격만 맞는다면 인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듯하다. 회사 이사회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Nelson Peltz와 카일 그룹의 대표이사 패트릭 시워트 Patrick Siewert가 포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열정적인 가치 투자자들이다.




크래프트 하인즈 지분의 27%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3G캐피털의 브라질 파트너사들에게 경영을 위임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CEO 베르나르도 헤스(아래)는 과거 3G를 위해 버거킹을 경영한 적이 있다.



인수 계약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왜 끊임없이 도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그런 소문들 때문에 몬델레스 주가가 5% 급등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약 성사에는 최소한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널리 퍼져있는 글로벌 지사들이 몬델레스의 매력이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3G식 효율화’ 기계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은 일관된 대규모 운영 구조이지, 165개국에 널리 분산된 구조는 아니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필요로 하는 극적인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른 잠재적 인수 기업들도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다. 투자자들은 제너럴 밀스를 인수 2순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 크래프트 하인즈의 세계시장 확장에 인상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드 존슨의 EBIDTA 비율은 이미 크래프트 하인즈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캠벨 수프에는 도랜스 가문이라는 대주주가 버티고 있다. 켈로그 주식 대부분은 신탁 2곳이 보유하고 있는데, 둘 중 하나가 괜찮은 인수 가격을 제시해도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변수가 매우 절실한 크래프트 하인즈의 인수 기업 물색 노력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전체 식료품 산업이 크래프트 하인즈보다 한 발 앞서 이미 3G처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G의 하인즈 인수 이후, 모든 주요 미국 식료품 회사들은 상당한 간접비 절감 자구책을 발표했다. 3G는 예산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하는 깐깐한 제로베이스 예산(Zero-Based Budgeting) 규율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사업부 예산이 매년 초 ‘제로’에서 시작된다. 제안된 각 지출 항목마다 새로운 근거가 필요하다. 놀랍지 않은가? 하인즈 인수 직후 몬델레스도 제로베이스 예산을 채택했고, 그에 따른 예상 감축액을 월가에 자랑스럽게 알리기도 했다. 작년 여름 크래프트 하인즈가 공장을 폐쇄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했을 때, 제너럴 밀스도 5개의 공장 폐쇄와 1,400명의 근로자 해고를 발표했다.

맥주 회사들을 인수할 때만 해도, 3G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치 ‘듣도 보도 못한’ 싸움꾼 같았다. 지금은 식료품 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든 3G의 움직임을 벤치 마킹한다. 인수 대상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적은 상황에서, 3G 모델은 예전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여전히 기회를 찾고 있다. 경쟁사들이 3G의 경영 방식을 자신들만큼 잘 활용할 수 없거나, 활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폐쇄할 때 근거로 삼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비감성적인 논리’는 요즘 더욱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사실상 모든 대기업이 너무나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각 프로젝트마다 이해 관계자들이 있어 중단하기도 어렵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더 적게, 더 크게, 그리고 더 좋게’라는 신념 하에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가차없이 잘라 내고 있다. 대신 가장 효율적인 곳에 재원을 집중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있다.

임원 포함 모든 직원들의 출장 식비가 하루 50달러로 제한되어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직접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관리자들이 회사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지출 보고서를 살피는 비효율적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이 회사의 극단적인 성과중심주의는 다른 많은 기업 문화에선 너무나 가혹한 것이다. 하지만 3G는 이를 통해 자신들이 정확히 원하는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광신도’같은 직원들이다. 3G와 20년 이상 함께 일한 경영 전략의 거물 짐 콜린스 Jim Collins는 이 ‘광신도’가 3G 성공의 열쇠라고 믿고 있다. 그는 “그렇게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가장 인기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종종 동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하지만 광신자들이 뭉치면 ’배수 효과(Multiplicative Effect)‘가 무한대로 나타난다”고 설명 했다.

무자비하게 시행되는 회사 정책들이 하나로 통합되면 ‘탁월한 운영 성과’가 나타난다. 주요 경쟁사들이 크래프트 하인즈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식료품계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되는데 더 큰 위협 요인은 소비자 취향의 장기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더 신선하고 건강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대형 식료품 회사들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회사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데니스 모리슨 Denise Morrison CEO가 이끄는 캠벨 수프는 신선 식품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스팸으로 유명한 호르멜 Hormel도 완전 비(非) 스팸 제품들을 만들어 매우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땅콩 버터 과자 △콩 기반 단백질 셰이크 △닭고기와 퀴노아, 케일로 만든 푸드서비스 Food Service 버거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크래프트 하인즈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더 적게, 더 크게, 그리고 더 좋게’라는 정책 아래 유명하고 오래된 대형 식료품 회사의 제품을 재가공해 만드는 일부 ‘히트 상품’의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1897년 첫 선을 보인 젤로 Jell-O는 인공 맛, 염료, 방부제를 빼고 다시 만들었고, 스테디셀러 마카로니 앤드 치즈 Mac and Cheese(1937년 출시)는 더 좋은 치즈를 섞었고, 벨비타Velveeta(1918년 출시)는 더 작은 덩어리로 잘랐다. 이 제품들의 실적은 양호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회사의 대응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를 뒤흔드는 성장세가 이런 제품들이 놓여있는 슈퍼마켓 중심부에서 신선한 식료품이 판매되는 주변부로 강하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미온적인 혁신 탓에 역성장을 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이 2015년 대비 3% 하락했다. 2014년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개별 매출을 합산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6%나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회사는 일부 사업부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자본 활용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 됐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를 고려한 이 회사의 올해와 내년도 매출이 저조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3G의 현재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가장 유망한 기회에 집중해 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조직적인 순매출(Top Line) 확대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이런 모델에선 실적이 인수 직후 몇 년 동안만 집중적으로 개선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크래프트 하인즈 영업이익이 매년 아주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상어가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을 쳐야 하는 이유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식료품 산업이 변화하고, 경쟁사들 또한 ‘먹음직한’ 인수 대상이 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몇 년간은 현재의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수 대상을 찾아낼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가 완전히 식료품계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되고, 어느 날 더 이상 인수 대상 기업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대답은 그럴 위험성이 아주 먼 훗날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으로 좁혀봐도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



■ 극단적인 구조조정

크래프트 하인즈를 경영하는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은 2015년 이뤄진 크래프트와 하인즈 합병 이후 비용을 신속하게 삭감해 시장 기대치를 높여왔다.






■ 크래프트 하인즈의 쇼핑 리스트

월가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곧 중요한 인수 결정을 내릴 거라는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미 그런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인수 대상’이다. 회사는 함구하고 있지만, 분명 미국 외 국가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상적인 대상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일 것이다. 크래프트 하이즈는 적대적 인수가 아닌 우호적 인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인수 대상 기업의 몸값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군의 면면을 살펴보자.


몬델리스(Mondelez)



회사 개요 : 5년 전 크래프트에서 분리된 이 거대 제과업체는 크래프트와 재결합할 수 있다.
시가 총액 : 630억 달러
핵심 오버헤드 코스트 비율 : 17%
크래프트 하인즈와 합병 시 해외 매출 비중 : 48%


몬델리스(Mondelez)



회사 개요 : 미네소타 소재 기업으로 위티스 Wheaties와 베티 코로커 Betty Crocker를 생산한다. 가치 있는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장이 더디다.
시가 총액 : 357억 달러
핵심 오버헤드 코스트 비율 : 13%
크래프트 하인즈와 합병 시 해외 매출 비중 : 25%


몬델리스(Mondelez)



회사 개요 : CEO 데니스 모리슨이 이끄는 캠벨은 최근 더 신선하고 건강한 식료품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시가 총액 : 186억 달러
핵심 오버헤드 코스트 비율 : 13%
크래프트 하인즈와 합병 시 해외 매출 비중 : 20%


몬델리스(Mondelez)



회사 개요 : 이 시리얼 제조사의 주식 대부분은 2개 신탁사가 보유하고 있다. 둘 중 하나는 합병에 반대할 수도 있다.
시가 총액 : 257억 달러
핵심 오버헤드 코스트 비율 : 16%
크래프트 하인즈와 합병 시 해외 매출 비중 : 27%


몬델리스(Mondelez)



회사 개요 : 인디애나에 본사를 둔 이 분유 제조사는 건실한 EBIDTA 때문에 오히려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시가 총액 : 132억 달러
핵심 오버헤드 코스트 비율 : 26%
크래프트 하인즈와 합병 시 해외 매출 비중 : 29%






■ 막바지에 몰리다 BY ERIKA FRY

그레그 라이테나우어 Greg Reitenauer는 여전히 ’자기가 깔고 자던 담요‘를 빼앗긴 느낌을 받고 있다. 그는 “너무 정신 없이 사는 바람에, 직장을 잃어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할 날이 오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54세인 그에게 지난해 7월 그런 날이 다가왔다.

그는 33년간 근무한 후 앨런타운 Allentown 근처 펜실베이니아 어퍼 매컨지 타운십에 있는 크래프트 하인즈 공장에서 해고됐다. 회사가 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11월 18일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을 때, 그는 실직된 400여 명의 근로자 중 한 명이었다. 40년 된 공장은 가장 최근까지 A1 소스 (A1 Steak Sauce)와 그레이 푸폰 Grey Poupon 겨자소스, 마시모 Massimo, 큐리그 Keurig 커피 제품 등을 생산했다.

크래프트는 2013년 그 공장에 3,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 투자는 하인즈와의 합병이 진행되기 전, 3G캐피털 출신의 새로운 구조조정 전문 경영진이 도착하기 전에 이뤄졌다. 3G는 그 공장의 생산물량을 미국 내 다른 크래프트 시설로 이전했다(일부 물량은 캐나다 공장으로 옮겨졌다). 리하이 밸리 경제개발회사(Lehigh Valley Economic Development Crop)의 사장 겸 CEO 돈 커닝햄 Don Cunningham은 “크래프트 공장 폐쇄는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지역의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선 ‘작은 물결’에 불과했다”며 “인구 82만인 이 지역의 제조 및 산업 부문 일자리는 지금도 예전만큼이나 풍부하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부지는 이미 매각됐고, 앞으로 산업적 용도로 재개발될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리하이 밸리는 베들레헴 철강 회사의 폐업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커닝햄에 따르면, 현재 지리적 중심지인 그 곳은 아마존과 월마트, 줄리 Zulily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겐 각광받는 유통 및 물류 허브이고, 오션

스프레이 Ocean Spray와 네슬레 퓨리나 펫케어 Nestl? Purina PetCare 같은 식음료 회사들에겐 선호하는 생산 기지다.

이 회사들은 이미 해고된 크래프트 하인즈 근로자 중 일부를 흡수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들은 크래프트 하인즈에서 8시간 교대 근무로 일했고, 좋은 복리후생을 누렸다. 당시 시간당 임금 22~30달러도 그 지역 전자상거래 창고에서 주는 급여의 두 배나 됐다. 오션 스프레이 같은 일부 회사들이 비슷한 급여를 주지만, 가능한 일자리들은 종종 나이 든 근로자들에겐 버거운 12시간 교대 근무를 포함하고 있다. 30년 전 크래프트에 입사한 조앤 니콜 Joanne Nichol(53)은 “시간당 10달러를 받으며, 단지 생존을 위해 매일 14시간씩 주 5일 동안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라이테나우어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만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이 나라의 모든 것은 정치 게임이다. 진심으로 근로자를 돌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 크래프트 하인즈의 쇼핑 리스트

월가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곧 중요한 인수 결정을 내릴 거라는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미 그런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인수 대상’이다. 회사는 함구하고 있지만, 분명 미국 외 국가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상적인 대상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일 것이다. 크래프트 하이즈는 적대적 인수가 아닌 우호적 인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인수 대상 기업의 몸값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군의 면면을 살펴보자.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GEOFF CO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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