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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 공무원 채용 재원·추경 요건 등 野 반발엔 속시원한 설명 못해

■ '文이 밝힌 추경안' 문제점은

민간보다 공공일자리만 늘려

혈세 부담 증가 가능성 높아

"큰 경제충격 없는데..." 野 주장

적극 설득 노력도 없어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의 개별 사업을 일일이 소개하고 구체적인 지표까지 나열하며 시정연설을 했지만 야3당이 반대하는 포인트에는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 “이번 추경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보고 드리겠다’”며 몸을 낮춘 문 대통령은 “소방관·복지공무원·근로감독관 등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지방 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해 민생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채용에 따른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쏙 빠졌다. 야당과 경제학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공무원 7급 7호봉 인건비(연 3,400만원)를 기준으로 해도 연간 4,080억원이 들어간다”며 “예산은 한 번 편성되면 이후 ‘계속 사업’으로 분류돼 이듬해부터 크게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이번 추경안에 반대하는 측은 “추경을 계기로 5년 내 17만명의 공무원 추가 채용(공공부문까지 합하면 81만개) 공약이 이렇다 할 검증 없이 실현, 국가재정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특히 이들이 퇴직한 후 받을 공무원연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현재도 공무원연금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인 공무원 1만2,000명을 채용하는 데 80억원밖에 들지 않는데 추경까지 편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채용절차를 거쳐야 해 올해 드는 예산은 시험 관리비, 합격자 교육비 등 80억원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인건비는 내년부터 집행된다. 자유한국당은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로 공무원 충원 사업을 할 수 있지만 뜬금없이 추경까지 편성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다른 공약 실행을 위한 밀어붙이기 속도전”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이렇다 할 설득 노력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야3당은 “추경은 경제에 쇼크가 발생했을 때 편성해야 하는데 이번 추경은 갑작스러운 충격이 오지도 않았는데 편성돼 법적 요건에 위배된다”고 반발한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추경은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편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는 대량실업을 이유로 들었지만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도 대량실업은 우리 경제의 문제로 지목돼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린다고 실업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시원한 답을 못 내렸다는 진단이다. 일자리는 결국 민간이 만드는데 민간 채용심리를 북돋는 노력보다는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력이 마중물이 돼 민간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특별히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의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일자리를 최대 국정 어젠다로 들고 나왔지만 결국 경제가 활성화돼야 해결될 문제”라며 “문 대통령이 취임 선서 이후 처음 국회에 나선 만큼 이런 우려에 대한 설득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밖에 추경안에는 교사 3,000명 추가 채용이 담겨 있지만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이미 발령을 기다리는 교사가 많은 상황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물론 정부 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왜 필요한지 대통령이 직접 자세하게 설명했다는 점이 와 닿았고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정부와 정치의 직무유기’라는 대목도 설득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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