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름에 맥주 마시니, 난 거품 가득 질소 커피 마신다”
이디야 커피가 지난 3월 출시한 ‘이디야 리얼 니트로’ 커피는 누적 판매량이 최근 100만잔을 넘겼다. 단일 품목으로 이디야 내에서도 처음이고 최근 정체 중인 커피 시장에서도 새로운 돌풍이다. 이 제품은 일명 ‘질소커피’. 저온으로 추출한 커피에 질소를 넣어 부드러운 텍스처와 함께 흑맥주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스커피다. 질소를 넣어 생기는 특유의 거품 폭포 현상은 커피를 별미로 만든다.
마치 맥주 한 잔을 연상시키는 질소 커피가 올 여름 베스트셀러가 부재한 커피 시장을 살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콜드브루 커피’ 열풍에 이어 질소 커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질소커피는 일반 커피와 달리 거품 덕분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 거품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덕분에 커피 원액과 질소가 반응해서다. 이 거품이 입 안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질감을 최대한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질소커피라도 맛이 달라진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말 핵심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올해의 제품과 트렌드 탑 10’에서 질소커피를 아이스커피 시장 성장을 위한 혁신 음료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 질소를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해 단가도 다른 제품보다 높은 편이다. 이미 드롭탑이 지난해 7월 업계 처음으로 ‘니트로 콜드브루’를 출시한 이래 연말까지 10만 잔을 판매하며 시장에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질소커피 시장 이끄는 이디야, 출시 석 달 만에 100만잔 이상 팔려 = 올해 질소커피의 시작은 이디야커피였다. 지난 3월 전국 2,000여 가맹점에서 ‘이디야 리얼 니트로(EDIYA Real Nitro)’라는 이름으로 질소커피를 선보여 석 달 여 만에 100만잔 넘게 팔며 인기몰이를 했다. 앞서 출시 20일 만에 판매량 20만잔을 넘기며 인기의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질소커피는 커피의 맛을 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탄생 된 획기적인 커피 추출방법으로 전 세계 커피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커피”라며 “이디야커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써 이디야만의 원액과 제조방법을 개발한 ‘한국형 니트로커피’”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지난 3월 말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20개 매장에서 선보였으며,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판매 매장을 전국 105곳으로 늘렸다. 자체 개발한 질소커피 전용 머신을 이용해 정통 방식으로 질소를 주입하며, 바리스타가 직접 얼음 없이 최적의 온도에서 음료를 제공한다는 게 스타벅스 측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하루 평균 약 50잔씩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지난 4월 하순 전국 800여 개 전 매장에서 질소커피의 판매를 개시했다. 앞서 지난해 플래그십 스토어인 서울 신논현역점에서 시범적으로 질소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3월에는 50여 곳으로 판매 매장을 늘렸으며 반응이 좋아 전 매장에 확대한 것. 전 매장에서 팔기 시작한 약 한 달 반 동안 30만잔을 팔며 인기를 입증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30만잔이 팔린 콜드브루 커피가 판매 순위 2위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해 볼 때 질소커피의 인기는 높다”며 “여름철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판매량 증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질소커피뿐 아니라 질소 차(tea)도 출시했다. 강렬한 붉은색 색감과 새콤한 라즈베리 향이 돋보이는 허브티 ‘히비스커스 라즈베리’와 달콤하고 은은한 장미향의 우바티에 상쾌한 엘더플라워를 담은 ‘우바 엘더플라워’를 질소 차로 선보였다.
◇아이스커피 비중 증가 속 인기… 새 성장동력 기대= 질소커피의 인기는 커피 시장에서 아이스커피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세하고 풍부한 거품이 나와 더운 날씨에 커피를 마실 때도 목 넘김이 부드럽고 커피 본연의 맛은 오래 즐길 수 있어서다. 흑맥주처럼 풍성한 거품과 크리미한 질감을 느낄 수 있어 특히 날이 무더워질수록 인기를 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해 왔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지난 2013년 아이스커피의 매출 비중이 뜨거운 커피를 넘어선 이후 매년 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아이스커피와 뜨거운 커피의 매출 비중이 각각 57.2%, 42.8%로 둘의 차이가 15%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더운 날씨 현상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앞으로 질소커피는 다소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커피업계에 신 메뉴 개발의 숨통을 틔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커피 업계 한 관계자는 “질소커피는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그 인기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진 덕분에 인기가 잠깐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