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 미주지역 회장은 흔치 않은 의지로 미국 인종 문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불편한 이슈들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회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그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거대 회계법인 PwC의 신임 미주지역 회장 팀 라이언은 취임 후 멋진 첫 주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새 리더들처럼 100일 계획이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경영진을 한 자리에 모을 예정이었다. 친목을 다지고 큰 목표를 세우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려 했다.” 2016년 7월 1일의 일이었다.
그러다 7월 5일, 올턴 스털링 Alton Sterling이란 흑인 CD 판매상이 배턴 루지 Baton Rouge 백인 경찰 두 명에게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두 개의 영상에 기록됐고, 즉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다음 날에는 필랜도 캐스타일 Philando Castile이란 이름의 흑인 식당 종업원이 세인트폴 St. Paul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 경찰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뒷좌석에 네 살 된 딸이 타고있던 그의 여자친구가 페이스북으로 그의 죽음을 생중계했다. 그 후 7월 7일 댈러스에서 열린 경찰 총기사용 관련 항의 시위에서 상심한 참전용사 한 명이 5명의 경찰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 허둥대는 공포스러운 모습을 전세계가 TV를 통해 목격했다. 이 참전용사는 경찰 로봇에 의해 사살되기 전 조사관들에게 “경찰의 손에 흑인 시민들이 사망해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들끓는 사건들 속에서 팀 라이언의 100일 계획은 폐기되었다. 그는 “팀원들을 모아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성명을 발표하거나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는 인종 문제에 대해 마음을 터놓는 전사적인 대화를 통해 그 ‘뭔가’를 시작했다. 이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져 PwC 경영진을 탈바꿈시키고 직원들에겐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이 일은 PwC와 전 세계 리더십 향상에 관한 회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기도 했다. PwC는 신입사원과 승진 대상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반편견 교육 과정을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PwC는 포춘의 인종 문제 관련 뉴스레터 레이스어헤드 RaceAhead의 스폰서이기도 하다).
라이언(51)은 자사에서 얻은 교훈을 고객사 및 경쟁사들과 공유하는 또 다른 방법에 관해 작년 7월부터 고민해왔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언뜻 웃음이 나올 정도로 순진한 것 같다. “미국 내에서 수백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이 모두 모여 ‘인종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뜻을 모은다면 멋진 일이 아닐까?”
이 같은 생각은 최소한 PwC의 영향력을 감안하기 전까진 순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감사, 세무, 컨설팅 같은 사업분야로 이뤄진 PwC가 지난해 기록한 총 매출은 359억 달러였다. 포춘 500대 기업 중 금융 및 자본시장 분야 업체의 96%, 자동차 업체의 97%,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100%를 일정한 형태의 고객사로 유치하고 있다.
PwC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라이언에겐 자신의 메시지를 알릴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는 셈이다. 그는 “하루에 20~50명의 CEO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이젠 모든 미팅에서 다양성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에게 이 목표는 총체적으로 암담한 미국 업계의 다양성 수치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 그 이상을 의미한다(사실 PwC도 이 부분에 있어 보통의 대기업들과 다를 바 없으며, 라이언은 이를 근심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미국 전역의 국민들이 과거가 아닌 서로와 소통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노력이다.
1950년대 학생들에게 회사원의 형상을 그려보라고 했다면, 아마 팀 라이언 같은 인물을 그렸을 것이다.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친근한 미소를 가진 백인 남성으로, 딱 적당한 정도의 미남이었을 것이다(회사 금고를 믿고 맡길 만한 외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언은 이런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고, 스스로도 자신에게 놀라고 있다. 그는 “어떤 이가 작년 7월 1일 내가 인종 문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그 거대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란 얘기를 했다면, 나는 그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라이언은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이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는 보스턴 외곽에 위치한 밥슨 칼리지 Bobson College 등교 첫날의 느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이후에도 학업을 계속한 노동자 집안의 첫 인물이었다. 라이언은 삼촌의 더플백에 소지품을 가득 채운 채 학교에 도착했다. 보스턴 에디슨 Boston Edison의 공익사업단지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부친은 “점심 시간에 청바지와 작업화, 티셔츠 차림으로” 그를 학교에 내려주었다. 자신의 아들딸에게 “잘 다녀오라” 인사를 하는 부유한 여느 부모들처럼 갖춰 입을 처지는 되지 못했다.
라이언은 스스로를 “풍족한 땅의 가난한 소년”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을 사귀었고 회계학 학위를 받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라이언은 PwC 보스턴 사무실에 첫 출근한 찌는 듯한 1988년 6월의 어느 날에도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정장 같은 걸 사주시려고 시어스 로벅 Sears Roebuck에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흰색 드레스셔츠 2벌을 구입했다. 둘 다 반팔이었다. 라이언은 첫 교육 시간에 그것이 실수였음을 알아차렸다. 다른 신입사원들이 재킷을 벗고 회사원 느낌의 긴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가능한 한 재킷을 계속 입고 있었지만, 몸이 녹아 내릴 지경이었다.” 마침내 그는 재킷을 벗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라이언은 “그때 정말 녹아 내리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마치 주변에서 ‘이 친구는 누구지?’라고 쑥덕거리는 것 같았다.” 강사가 점심 시간에 라이언을 파일린즈 베이스먼트 Filene‘s Basement로 데려가 CEO들이나 입을 법한 셔츠를 사주었다. 라이언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며 “그들의 보살핌을 받고 성공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그에겐 많은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인데, 곧바로 상대방에게 거의 불가능한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언은 어릴 때부터 삶의 교훈과 그 교훈을 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열정적으로 수집해왔다.
라이언은 성실하고 직설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말투에 직장인 톤의 보스턴 억양이 약간 남아 있다. 그 덕분에 기업 CEO치곤 신기할 정도로 다가가기 편한 인물로 느껴진다. 6명의 자녀들에게 헌신적이고(현재 이혼한 상태다), 무한정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다른 CEO가 말했다면 진부한 슬로건으로 들렸을 법한 말도 라이언이 하면 진실되고 심오하게 들린다. ‘더 많이 들어라. 친절하게 대하라. 확실해진 때에만 생각을 바꿔라. 자신과 다른 타인을 배려하라.’
라이언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100%를 이끌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모든 사람들은 100%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10대 시절 식료품점에서 일할 때 받은 질책에서 이런 지혜를 얻었다고 했다. 라이언과 그의 친구는 함께 일하던 장애우의 양배추 진열 작업이 자신들에 비해 빠르지 않다고 놀리다가 매니저에게 걸린 적이 있었다. 매니저는 “그 애는 나에게 자신의 100%를 보여주고 있다. 너희들은 과연 그런가?”라고 라이언과 친구에게 물었다. 라이언은 “지금까지 그 말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순간도 그때를 잊지 않고 있다.
라이언은 보스턴의 노동계급 지역에서 어린 시절 몇 년을 보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였던 어머니는 계산 담당 직원이었다(아들과 함께 매장에서 일했다). 라이언은 당시 “세 가지 태도가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열심히 일하는 것, 둘째는 성실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공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라이언은 인종 문제를 생생하게 겪기도 했다. 1970년대 초 강제 통합(Forced Integration)이 보스턴 내 학교와 주로 백인들이 살던 동네에 도입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이 흑과 백의 문제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족이 살던 2층집에서 걱정스러워 하는 대화를 들으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걱정을 하곤 했다.
라이언의 부친이 다른 일자리를 하나 더 구하면서 가족에게 이사할 여유가 생겼다. 1972년 라이언의 가족은 보스턴 시 경계를 살짝 벗어난 데덤 Dedham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라이언은 “이웃들이 약간 거칠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학교가 특별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등교 첫 날, 선생님이 나를 의자에 묶고는 테이프로 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면 그들은 내가 뭔가 다른 걸 가졌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는 그저 내 에너지가 과도하다고만 말했다.” 2년 후 보스턴 공립학교들은 법원 명령에 따라 통합을 시작했고, 전국적인 뉴스가 된 항의 시위와 인종 폭동이 일어났다. 라이언은 “인종 문제에 관한 이야기와 감정들, 그 모두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당시 ‘열심히 일하기’라는 규칙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남동생과 두 여자 형제처럼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라이언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자리는 소규모 가족 소유 업체 로시 브로스 Roche Bros.였다. 지금도 그의 동생, 처남, 절친한 친구들이 이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14세 때부터 PwC(당시에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로 불렸다)에서 보낸 처음 몇 년의 기간까지 계산 및 재고 관리부터 농산물 부서에 이르는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해왔다. 그는 “로시 브로스는 고급 수퍼마켓이었다. 타이를 매고 일한 우리에겐 자부심이란 게 있었다”고 말했다. “고객이 항상 옳다는 것을 배웠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고객이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라이언은 PwC에서 금융권 고객들에 집중하며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킬 정도로 성실하고 끈기 있는 자세를 견지했다. 2008년 초 라이언은 보험사 AIG가 자체 신용 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관련 재정 실적에 ‘중대한 취약점(material weakness)’이 있다고 발표하도록 밀어붙이기도 했다. AIG가 PwC의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민감한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이 조치는 AIG에 단기적인 추가 압박으로 작용했다(라이언은 이 일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다 그 해 말 해당 스와프가 AIG를 거의 부도에 이르게 한 주요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라이언의 행동은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그 일이 그에게 원칙을 지키는 인물이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팀 라이언은 미국이 최정점에 올랐던 시기에 PwC의 수장이 되었다. 그 때까지 4년 동안은 놀랄 정도로 많은 흑인 시체가 미국 뉴스 화면을 채웠던 시기였다. 대부분 경찰의 손에 사망한 사람들이었다. 2012년 플로리다 주 스탠퍼드 Stanford에서 사망한 트레이본 마틴 Trayvon Martin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미주리 주 퍼거슨 Ferguson에서 마이클 브라운 Michael Brown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사건이 매일 급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사건 대부분은 사진, 오디오 또는 동영상 등에 담기기도 했다. 마틴을 살해한 조지 치머만 George Zimmerman이 무죄 선고를 받은 후 해시태그로 촉발된 ‘블랙 라이브즈 매터 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이 점점 더 눈에 띄는 움직임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 움직임은 무엇보다 형사재판 체계 안에서 인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백인들에게 BLM의 항의시위와 온라인 성명은 대화에서 언급하기도 꺼려지는 혼란스럽고, 두려우면서도 새로운 주제였다. 그럼에도 라이언은 “그 곳은 우리 직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세상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 리더들은 7월 그 주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PwC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이언이 새로 꾸린 팀은 직원들에게 인종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그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서한은 7월 8일 금요일에 직원들에게 발송되었다.
주말 동안 라이언의 받은 편지함은 무언가를 말해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직원들의 이메일로 넘쳐나고 있었다. 라이언은 “답장의 주된 내용은 이 모든 일이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침묵이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사실상 그 어떤 곳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일하러 오면서 자신의 아들이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거나, 흑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
라이언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인종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후 소소한 혼란이 이어졌다. 라이언에 따르면, 회사 안팎 모두에서 나타난 반응은 ’오, 맙소사‘였다. 그는 “그들은 얘기가 다른 쪽으로 벗어나 옳고 그름 같은 것이나 경찰을 둘러싼 다툼으로 변질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종에 관한 대화(A Conversation About Race)인 컬러브레이브 ColorBrave라는 이름의 회의가 미국 전역에 있는 사무실에서 7월 21일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정해진 의제나 격식은 없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회의 내용은 녹화하지 않기로 했고, 회의실에서 논의된 내용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그게 전부였다. 규칙도 절차도 없었다. 라이언과 PwC 다양성 부서의 엘리나 리처즈 Elena Richards가 짧은 영상을 통해 대화의 시작을 알렸고, 직원들 스스로가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뒀다.
PwC의 최고영업책임자 레지 워커 Reggie Walker는 많은 일이 잘못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NS 때문에 낭패를 볼지 몰라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한다는 인상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에 워커는 라이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가 ’당신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겁을 먹었었다. 그가 좋은 방법으로 지적을 한 것이었다.”
애틀랜타 회의에 참석했던 PwC의 파트너 마빈 워싱턴 Marvin Washington은 회의가 “때때로 불편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아이들이 경찰에게 체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인종 가정이 겪는 압박의 해결, 직장에서 없는 사람 취급받는 상황 같은 것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다. 여러 PwC 관계자들은 필자에게 회사의 160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백인) 관리자들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마치 ‘맙소사, 사람들이 이렇게 느낄 줄은, 그들이 이런 상황을 겪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듯 했다.”
워싱턴은 PwC의 업무능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3년 전 채용됐다. 자사의 컨설팅 부문을 매각한 PwC는 당시 연방정부 관련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워싱턴이 그런 인물이었다. 지금 워싱턴은 PwC가 더 많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PwC 임직원 대부분은 팀처럼 회사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양성 문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PwC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점점 더 현대적인 기술을 갖춘 전문가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워싱턴은 “우리 고객사들은 다양성을 갖춘 팀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언은 PwC의 모든 부서들에게 컬러브레이브 대화를 위한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은 이 모임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참석한 회의 한 곳에서 자신이 유일한 흑인 파트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백인 파트너들은 그가 느끼는 감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워싱턴은 “우리 모두는 억눌러온 감정이 너무 많다. 이는 어떤 사람들에겐 놀라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우리에겐 상당한 추진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지금은 지인들과 인종 문제, 그들의 삶에 대해 정기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워싱턴의 금융 및 자본 시장 부서 소속 3년차 직원인 하비에르 페레스 나바레테 Javier Perez Navarrete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충분치 않을까 걱정을 했다(그는 푸에르 토리코 출신이다). 그는 컬러브레이브 회의에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걸 고백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불편한 것을 편하게 대하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기도 했다. PwC의 반편견 교육도 인상적이었다. 나바레테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사람들을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고 말했다. “정말로 사람들이 대접받고 싶어하는 대로 그들을 대접할 필요가 있다.” 경청 의지가 필요한 미묘한 변화였다. 그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다양성 증진 노력이 좋은 의도로 시작돼도, 다수의 위원회와 회의, 캠페인 등에 의해 짓눌려지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이런 과정 자체에 위원회, 회의, 캠페인이 불가피하게 필요하지만, 라이언은 신속하게 움직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7월의 이벤트가 성공하면서 PwC는 여러 지역 시장에서 이 같은 노력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라이언은 수도 없이 많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포춘 500대 기업 CEO가 모두 모여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주요 기업에서 라이언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그와 비슷한 의지가 있고, 난감한 인종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열린 자세를 견지하는 경쟁업체 관계자들도 있었다. 라이언과 협력하는 데 동의한 대기업은 현재 24곳에 이르고 있다.
오랫동안 PwC의 고객사였던 보험사 뉴욕 라이프 NewYork Life도 곧바로 동참했다. 뉴욕 라이프의 CEO 테드 매터스 Ted Mathas는 “팀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큰 꿈을 꾸면서도 실천에 중심을 두는 리더로서 이 일을 정말로 잘 해낼 수 있는 균형감각도 갖추고 있다.” 매터스는 그에 대해 “회계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감사위원회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감사업체로서 일을 잘하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함께 고민을 한다. 이번 일이 그런 부분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팀은 우리 회사 장부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중요한 것을 해낼 수 있는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언의 리더 없는 새로운 동맹이 어떻게 기업과 공동체의 삶을 향상시키는 인종 관련 대화의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라이언은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기 전까진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다양성과 포용성에 헌신하는 흑인 CEO 모임 ‘이그제큐티브 리더십 카운실 Executive Leadership Council’의 CEO 론 파커 Ron Parker는 라이언의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을 줄곧 지켜봐 온 사람이다. 파커는 “그들은 우리 행사의 오랜 스폰서로 수년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언의 노력에 전율을 느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팀은 이 문제에 대해 큰 용기를 지니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신뢰도 받고 있다. 그는 이 노력이 폭넓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당한 지원을 끌어 모을 수 있다.”
파커가 특히 감명받았던 부분은 라이언이 경쟁업체들도 참여시켜 이 일을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파커는 “팀은 동종업계에 있는 액센추어 Accenture, 딜로이트 Deloitte, 이앤와이 E&Y 같은 기업에까지 손을 내밀어 그들을 곧바로 동참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후에는 포춘 500대 기업 같은 더 큰 집단이 함께할 목표를 찾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파커의 역할 중 하나는 이 이슈의 프레임을 짜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노력을 곧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에 시급함을 포함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현재 진행 중이다. 파커는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설명을 들을 것이고, 이 문제를 위한 역할 수행여부 자체, 그리고 기여 정도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커는 보이지 않는 편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유력인사가 앞장설 것이다. 그는 “액센추어의 줄리 스위트 Julie Sweet, 펩시코 PepsiCo의 인드라 누이 Indra Nooyi, 타깃 Target의 브라이언 코넬 Brian Cornell처럼 깨어있는 리더들이 함께한다면, 그들의 리더십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침묵해온 주제와 문제에 대해 그들이 앞장설 때가 왔다.”
이 모든 건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일까? 다양성과 인종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리더들을 큰 모임으로 집결시키는 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숫자로 본 PwC의 미국 직원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LLEN MCGI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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