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의 식품의약국(FDA) 시판 승인 후 180일간의 유예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기존 연방법 해석을 뒤집는 결정을 내놨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미국 시장 출시 시기가 지금보다 최장 6개월 가량 빨라질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미 연방대법원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시장 출시 기간을 둘러싸고 벌어진 암젠과 산도스의 법적 분쟁에서 시밀러 제조사인 산도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9대 0 만장일치로 “시밀러 제품의 FDA 승인을 받은 후 실제 출시하기까지 6개월을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시밀러 사업자가 제품 출시 180일 전 관련된 정보를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에 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연방법 위반 및 특허 침해를 이유로 강제 판매금지 가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한 것이다. 다만 주법에 따라 특허 침해 여부가 있다고 볼 때 가처분 신청이 가능할지는 하급심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분쟁의 시작은 미국 첫 바이오시밀러 ‘작시오(Zarxio)’가 출시되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3월 노바티스의 계열사 산도스가 작시오의 FDA 승인을 받으며 출시 준비에 들어가자 오리지널 약을 제조하는 암젠은 “FDA 승인 180일 후인 9월 2일까지 작시오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암젠은 연방법인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AI)’의 규정에 따라 “시밀러 판매사는 FDA 승인 후 정식 판매에 돌입하기 180일 전 오리지널 제약사에 관련된 정보와 사전 통고를 주어야 하기에 9월 2일 이전에 판매하는 것은 특허 침해”라고 주장했다. 산도스 측은 “180일 사전 통고는 FDA 승인 이전에도 이뤄질 수 있으며 시판 계획을 발표했던 때를 기준 시점으로 잡으면 이미 180일이 지났다”고 반박했지만, 미 연방순회항소법정은 암젠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대다수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는 출시 유예기간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FDA 승인 시점부터 180일을 기다린 후 시장 출시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로선 기존 특허 기간에 더해 독점 판매 기간 6개월을 추가로 얻어낸 셈이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시밀러 제조사들은 FDA 승인을 받은 직후부터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전보다 최장 6개월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068270) 등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 중인 국내 기업들 역시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령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4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 ‘렌플렉시스’의 미국 내 시판 허가를 FDA로부터 받았지만, 아직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의 특허 연장 전략이 깨진 것으로 시밀러 제조사로선 환영한다”며 “불필요한 6개월의 유예기간이 사라지게 된 만큼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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