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중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 영세 자영업자, 한계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리 인상 시 한계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돼 대출부실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여신 점검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한계기업에 대해 다양한 금리 인상폭을 반영해 대출부실 정도를 시뮬레이션하는 등 충격파에 대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많게는 2.0%포인트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0.25~0.5%포인트 인상까지는 별 영향이 없지만 문제는 1년 내에 금리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경우 큰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금리 상승 때 비교적 대응 여력이 있지만 철강·조선업 등 일부 업황이 부진한 업종의 한계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업의 연평균 차입금리가 0.5∼1.50%포인트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 중소기업의 빚에 대한 충격파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이보다 훨씬 큰 1.7~5.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는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이자보상배율이 클수록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파가 크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취약업종인 철강업(2.7∼8.6%포인트)과 조선업(3.6∼8.9%포인트)의 이자보상배율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와 시중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캐피털 업체 대표는 “초저금리 때문에 연명하던 기업들이 금리가 올라갈 경우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돈줄이 막히면 자연적으로 도태돼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려되는 것은 한계기업이 금리 상승 충격파에 도미노처럼 도산해 실업을 양상하고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기업의 부도 도미노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연장이나 대환대출 등의 다각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도저히 살릴 수 없는 기업은 정리하겠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출연장이나 대환대출을 통해 한계기업의 경착륙을 막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제는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기업의 경착륙을 막는 것이 현재로서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연장이나 필요 시 대환대출 등 한계기업 줄도산 방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한계가구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가 있는 전체 1,086만3,554가구 중 19.9%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는 한계가구에 속한다. 한계가구는 매달 소득에서 생계비를 제외하면 대출원리금 상환이 힘든 가구를 말한다. 5가구 중 1가구가 사실상 금융사의 빚을 갚기가 버거운 한계가구로 몰린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13년 당시 17.6%로 조사됐던 한계가구가 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금리 상승 시 저신용·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부채가 은행권 부채보다 더 강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연간 증가액이 2015년 1조7,000억원에서 2016년 14조1,000억원으로 8배가 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 등 비은행 저축은행은 은행 대출 금리보다 금리가 훨씬 높기 때문에 충격에 대한 완충재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은행으로서는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가계부채가 극한에 달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제고와 함께 한계기업과 한계가구의 줄도산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계기업과 한계차주 등 빚 취약계층의 경착륙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리·조권형·김기혁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