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0㎞로 달리면서도 열차 스스로 달리는 ‘열차의 자율 주행 시대’를 열겠습니다.”
김기환(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철도 기술의 발전이 거듭될수록 미래 인류의 삶이 한층 풍요롭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열차 자율 주행을 위한 첫 단계로, 지난 4월 LTE-R(철도통합무선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LTE-R은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을 기반으로 한 철도 무선통신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열차를 제어하는 장치와 통신이 결합된 사례는 없었다. 선로 옆에 제어용 신호기가 설치돼 열차 운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열차가 특정 구간을 지나면 선로 변에 있는 통신 기기실에서 안테나를 통해 앞차나 관제실에 전달됐다. 이러한 제어 시설을 없애고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무선 통신을 통해 열차를 제어하는 콘셉트로 개발한 것이 바로 LTE-R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차량간 무선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고, 더 나아가선 자동차보다 더 빨리 자율 주행 시대를 열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안전을 위해 열차 속도가 빠를수록 안전 구역을 넓게 잡았다. 하지만 자율 주행이 상용화하면 안전 구역 범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더 많은 차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수송력 제고로 이어진다.
김 원장은 “자율 주행을 하면 공사비와 유지 보수비가 줄어들고, 승객을 더 많이 태울 수 있게 된다”며 “열차표가 없어서 KTX를 이용하지 못하는 풍경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속 1,000㎞로 서울에서 부산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아음속 캡슐 트레인’ 개발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창립자가 내놓은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루프’와 유사한 개념이다. 김 원장은 “자기 부상 방식은 바퀴 방식에 비해 (바닥과의 마찰이 적기 때문에)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다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기반으로 호치민시 5-2공구 지하철 공사 타당성 조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350㎞ 길리의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사업비만 16조8,000억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터키 고속열차 입찰도 참여하고 있다. 터키는 앙카라∼시바스, 앙카라∼이즈미르를 연결하는 총 1,077㎞ 구간의 고속철 노선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 투입할 68편(680량 규모)의 고속열차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현대 로템과 지난해 MOU를 체결하고, 터키 고속철 사업의 성공적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물류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물류량을 늘릴 수 있는 이단 적재 컨테이너를 개발하기도 했다. 앞서 크기를 4분의 1로 줄이는 접는 컨테이너 기술도 개발했다. 김 원장은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철도, 대중교통, 물류 등 세 가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단 적재 기술과 접는 컨테이너 기술이 상용화되면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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