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계획 철회를 압박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점 통폐합 등은 회사의 경영전략이고 당장 대량 해고 등의 문제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집권 여당이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미희·이용득 의원 등 13명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금융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씨티은행 점포 폐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오프라인 영업망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조직을 전환하기 위해 133개의 전국 영업망을 32곳으로 대폭 축소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씨티은행의 점포 폐쇄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은행의 공공성을 저버리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점포가 사라지면 충남·충북·경남·울산·제주 등지에 점포가 하나도 남지 않아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가 지금까지 밝혀온 논조와 같다.
의원들은 또 폐쇄되는 점포의 인력 600여명을 텔레마케팅(TM)이나 서비스데스크 등 파견직 일자리에 배치함으로써 기존 파견노동자들이 밀려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기존 점포 노동자들을 콜센터 같은 업무에 배치하는 것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우리 국민과 정부는 지금 이 시대의 제일 큰 화두인 일자리를 만들어서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데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 씨티은행 점포 축소를 반대하는 회견을 여는 동안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다른 장소인 중구 더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가 지점 통폐합을 인력 구조조정과 한국 철수 수순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집권 여당의 전방위 압박에 사실상 정면 반발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차세대 인터넷뱅킹 도입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여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박 행장은 “몇 번을 더 말해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며 “전산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도 끝나기 전에 뭐하러 철수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점포 축소는 모바일뱅킹 확대 등 디지털 변화에 맞춰 고객 금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박 행장은 또 “(전체 대비) 거래가 5% 정도 일어나는 (창구) 거래에 직원의 40%가 지점에 배치돼 있다”며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5% 거래 비중에 인력의 40%를 배치해 놓겠느냐”고 반박했다. 고객거래가 없는 지점에 인력을 투입하기보다 디지털 기반사업에 인력을 집중해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고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게 회사 수익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행장은 “직원들을 새로 교육 시켜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지 않으면 은행에 수익이 되지 않고 그렇게 해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현상에 대해 (씨티은행이 먼저) 수용하고 먼저 앞서나가는 것이지 절대 직원을 자르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씨티은행이 추진하는 경영전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알고 있다는 취지다. 박 행장은 기존 영업점 직원 1,350명 중 430명을 자산관리(WM)센터, 280명을 여신영업센터, 170명 영업점, 90명 본부, 380명을 비대면 센터에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티은행은 지난 5일 올 예상이익 가운데 절반가량인 1,000억원을 배당하지 않고 WM센터 구축, 모바일뱅킹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권형·이주원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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