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오랜 숙원 사업인 택배시장에 다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택배사업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운영 중이며 우선 기존 택배회사와 협업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택배시장에 진출하려다 업계 반발 등으로 무산된 사례가 있는 만큼 실제 진출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농협의 농산물 운송업무 자회사인 ‘농협물류’는 한진택배를 운영하는 한진과 이르면 다음 주 중 전국 하나로마트 점포에 택배취급점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진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에 대해 “일반 대형마트에 택배취급점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지렛대로 삼아 택배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협업으로 노하우를 쌓고, 추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다는 플랜이 그것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이 토·일요일 구분 없이 상시로 택배를 이용할 수 있는 배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농협의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택배사업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한진과 손잡고 하나로마트, 대주주로 있는 공영홈쇼핑을 연계한 농산물 전용 택배시스템을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은 이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전국 단위조합을 찾아 직접 설명하고 적극적 동참을 요청하는 등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농민들에게도 기존 우체국 택배 대신 하나로마트 취급점을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택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농협은 이미 지난 2007년과 2010년 두 번이나 기존 업체들의 반발 속에 택배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결국 농협이 본격적으로 택배업에 뛰어들 경우 이 같은 논란이 재현될 여지가 적지 않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직접 뛰어들면 농협법에 따라 세제 감면과 규제 예외적용 혜택은 물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배송차량 증대 등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약 4조 7,400억원으로 5년 전인 지난 2011년보다 약 44% 성장했다. /이현호·박준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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