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조 원 정도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의 성숙도는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허위매물이 넘쳐나고 거래 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온다. 미스터픽은 이런 중고차 거래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뢰를 기반으로 중고차 거래 시장 유통혁명을 이끌겠다고 선언한 미스터픽의 송우디·최철훈 공동대표를 만나 그들이 사업 철학을 들어봤다.
우선 기자가 겪은 5년 전의 황당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2013년 말, 첫 차 구매를 위해 정보를 검색하던 중, 평소 갖고 싶던 차종의 중고차 매물을 발견했다. 무사고와 적절한 가격, 깔끔한 색상과 비교적 짧은 주행거리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곧바로 딜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천에 있는 모 중고차 단지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딜러는 재차 매물이 허위가 아님을 강조하며 매장에 한번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다소 먼 길이었지만 발품을 한번 팔아보기로 했다. 부천역에 도착해 딜러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단지 내에 있는 차량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딜러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인터넷으로 보셨던 매물과 동일한 차량입니다. 그런데 사실 침수차량이고 몇 번의 사고로 차량 문짝도 교체했습니다. 주행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겁니다. 기왕 오셨으니 다른 차량을 한번 보시죠.” ‘혹시’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큰 실망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역까지 데려다 주겠다던 딜러의 차량이 갑자기 폐공장 밀집 지역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딜러는 “담배 한 대 피울테니, 그 동안 차량 구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황당한 말을 던졌다. 당시 감금당했던 듯한 느낌은 지금도 찜찜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기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독자들도 꽤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중고차 허위매물과 불투명한 거래는 여전히 국내 중고차 시장의 해묵은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스터픽이라는 회사에 더욱 관심이 갔다. 체계가 잘 갖춰진 대기업, 오랜 연륜을 가진 중견기업들이 노력했음에도 근절되지 않던 문제를 스타트업이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니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뭔가 특별한 게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있는 미스터픽 본사를 방문했다. 패셔니스타같은 세련된 옷차림과 외모가 인상적인 송우디, 최철훈 공동대표가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우선 미스터픽, 그리고 현재 운영 중인 ‘첫차’ 서비스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다. 최철훈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미스터픽은 중고차 시장에 오랫동안 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입니다. 첫차가 그 결과물이죠.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첫차가 탄생한 이유입니다.”
송우디 대표도 설명을 보탰다. “중고차 시장에는 일종의 ‘비대칭’이 존재합니다. 바로 ‘정보 비대칭’이죠. 쉽게 말해 중고차 딜러들은 차량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딜러들이 공개한 정보만 확인할 있다는 거죠. 딜러가 차량의 유리한 점만 공개하고 문제점은 숨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허위매물과 사기문제도 결국 정보 비대칭성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어요. 첫차는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 ‘정보 공개’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도 우리의 정보 공개 여부라 할 수 있어요.”
최 대표와 송 대표는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개의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정보’와 ‘문제의식’이었다. 이 중 ‘문제의식’은 미스터픽 조직 문화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핵심 용어이자, 창업과도 연관되어 있는 중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두 공동 대표의 인연이 시작된 약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미스터픽 창업 전, 두 사람은 IT 업계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첫 만남을 가졌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송 대표는 말한다. “회사 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처음 만났습니다. 일종의 게임 포털사이트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각 회사 담당자가 저희였거든요. 업무 때문에 첫 만남을 가졌는데, 비슷한 점이 꽤 많더군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매우 유사했습니다. 자연스레 회사 프로젝트를 넘어 다양한 방면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또 사는 곳이 매우 가까웠어요. 업무적인 만남 외에도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하며 친분을 쌓아나갔죠.”
두 사람의 공통된 인식 중 하나가 바로 ‘문제의식’이었다. 그들은 일상적인 만남에서도 특정한 사회적, 산업적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해결책을 공유해나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중고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였다. 최철훈 대표는 말한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곳곳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다소 우스운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우스갯소리가 숙명처럼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창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수익 창출을 넘어 무언가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포커스를 맞춘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중고차는 아주 적절한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13년 미스터픽을 창업했다. 그리고 중고차 시장에 대한 스터디에 돌입했다. 그 때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도 정보 비대칭이었다. 특히 비대칭의 중심에 있는 정보 공급자 ‘중고차 딜러’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 무렵 두 사람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접하게 됐다. 최철훈 대표는 말한다. “이제 막 중고차 매매 단지에 입성한 새내기 딜러가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들은 우선 딜러 업무와 관련된 간략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 문제가 있어요. 교육받은 방식으론 딜러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이죠. 오히려 허위매물을 등록하고,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해보려는 일부 악덕 딜러들의 방식이 우대받는 상황이 벌어지죠. 저희가 만난 딜러들 중 상당수가 이런 관행이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정직한 딜러들이 정직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확신을 갖고 이 문제의 솔루션을 찾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가 ‘첫차’였다.
첫차는 중고차 구입과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일반 소비자가 자신의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첫차 옥션’이 별도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첫차로 통합되어 있다.
첫차의 강점은 역시 투명한 정보 공개다. 서류심사, 개별 인터뷰, 매매단지 방문 및 실사 점검을 거쳐 선발된 딜러들이 해당 매물에 대한 장단점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차량 정보, 사고 이력, 보험 가입 내역, 평균 시세 등 중고차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족할만한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다.
차를 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판매의 경우, 차량 소유주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매입가를 산정하는 것이 거래의 관건이다. 첫차에선 등록된 딜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차량을 꼼꼼히 살피고 평균 시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매기고 있다. 첫차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차량 소유주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매겨진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송우디 대표는 말한다. “약 2년 간 첫차 서비스를 진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어요.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PC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대표적이죠. 아직은 (우리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얘기죠. 그럼에도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 B+정도”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첫차는 B+라는 점수라는 말이 겸손하게 들릴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2년 만에 누적 거래액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1분기에는 월 평균 거래액 160억 원을 돌파하며 매달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초기 스타트업이 그렇듯, 확실한 수익모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두 공동대표는 “초기 단계라 아직 확실한 수익모델은 없지만, 조금씩 실험을 해보고 있는 과정”이라며 “꾸준히 수익모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회사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첫차의 주 타깃층은 모바일에 능숙한 2030세대다. 생활필수품부터 부동산 전월세까지 대부분의 소비활동을 모바일에서 해결하는 2030세대는 첫차에게 매우 중요한 고객층이다. 최 대표는 “2030세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중고차 구매활동을 하고, 다양한 중고차 관련 정보를 통해 불안감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우디 대표와 최철훈 대표는 첫차의 궁극적인 존재 가치를 ‘유통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중고차 검색,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고차 유통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두 공동대표의 말에서도 이 같은 강력한 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당면 과제는 첫차를 활용하는 고객을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어요. 첫차는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큰 틀의 변화를 이뤄내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예컨대 O2O 기반 자동차 애프터 마켓 서비스의 경우, 첫차 내에서 이뤄진 중고차 매매 정보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잠재 고객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극적으론 중고차를 넘어 신차 시장에서도 IT 기반 유통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저희 둘과 모든 구성원들의 목표예요. 앞으로 자동차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저희 첫차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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