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정부의 봉인가요. 이랬다저랬다 1년 만에 다시 손바닥을 뒤집네요.”
지난해 1월 정부는 공공기관에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120여개 공공기관들은 밤낮없이 노조를 설득하고 임금체계를 연구해 성과연봉제를 6개월 만에 도입하는 성과를 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공공기관들은 1년 만에 다시 임금체계를 뜯어고치고 경영 기조를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그동안 대다수 공공기관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을 반대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공기관이 춤을 추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16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의결한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를 보면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기간 삭제 △시행방안 및 시기는 기관이 자율 결정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반영된 가점 폐지 △미도입 공공기관에 대한 페널티 무효화 △인센티브 반납 방안 등이다. 이로써 공공기관들은 취업규칙을 재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전 보수체계로 환원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노사 합의로 도입한 기관은 유지 또는 변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성과연봉제의 제도 취지나 방향은 맞다고 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신 권고안에 ‘자율적’이라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기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들의 혼선이다. 당장 노사 합의 없이 임금체계를 바꾼 48곳의 기관은 성과연봉제를 물러야 한다. 결국 정권에 따라 180도 바뀐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비용은 고스란히 공공기관과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노사 합의가 있었던 곳도 상당수는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라는 근로자의 요구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한창규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노조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절차적으로는 부적절했던 경우가 많다”며 “결국에는 상당수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 바뀌는 공공기관 정책은 이번 사례뿐이 아니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중점 사업인 4대강·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로 인한 부채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전 정부의 지침을 바로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수행하는 곳’이라는 의식을 버리고 충분한 협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경영 효율화’와 ‘공공성’이라는 공공기관 운영의 두 축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공공성만 강조하는 정책 기조여서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강제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부분은 잘못됐지만 성과연봉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성과연봉제는 잘만 활용하면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모습인데 이는 방만한 경영과 혈세 낭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잘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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