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이 150조원을 훌쩍 넘기며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자금을 유치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전처럼 획일화된 연금펀드가 아니라 개인별로 은퇴시점에 맞춰 정해진 자동자산 배분 전략을 따르는 타겟데이트펀드(TDF)나 인출가능연금펀드(RIF) 등 진화한 상품들을 출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작년 4월 TDF를 출시하며 연금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펀드다. 이전에도 유사한 상품이 있었지만, 해외에 출시됐던 상품 유형을 그대로 복제해 들여온 탓에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성과도 내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TDF들은 시장에서 도태됐다.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투자자들과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TDF를 새롭게 내놓았다. 출시된 지 1년여 만에 전체 TDF 설정액은 2,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TDF에 뭉칫돈이 들어오며 운용사 간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졌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삼성 한국형 TDF’를, 은퇴시점에 따라 7개 펀드를 내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와 손잡고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011년 출시했던 TDF 상품을 재정비해 지난 3월 출시했다. 이 밖에도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000880)자산운용도 준비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세계 TDF1위 운용사인 뱅가드와 손잡았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BNP파리바은행 계열사인 멀티에셋솔루션(MAS)과, 한화자산운용 역시 함께 협력할 외국 운용사를 찾고 있다.
TDF에 이어 매월 연금처럼 인출할 수 있는 RIF(Retirement Income Fund)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RIF는 가입할 때 퇴직금 등 목돈을 투자하면 투자 규모에 따라 매달 정해진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대수명이 지난 뒤에도 현금이 남도록 설계해 노후를 대비하도록 구성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은퇴를 앞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래에셋연금의품격’펀드를 출시했다. 가입자가 매월 필요한 금액을 직접 펀드 판매사에 신청하면 그만큼 매월 지급받는 구조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삼성한국형RIF’를 출시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RIF 출시를 계획 중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저금리·고령화로 인해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연금펀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연금시장을 제2의 수익원으로 삼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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