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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고리1호기"...부산시 8년 사용 전력 만들고 불 꺼지다

<오늘 0시 40년만에 영구정지...고리1호기 가보니>

직원들 "수십년간 동고동락

막상 멈춘다니 마음 짠해

시설 해체 등 남은역할 최선"

文정부 탈석탄·원전 신호탄

신재생에너지 개발 가속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7일 오후6시 고리1호기의 원자로 전력공급을 차단하자 원자로 제어반의 발전기 출력(아래사진)이 ‘0’으로 표시됐다. 이후 냉각제를 가동,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시작해 18일 자정에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됐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를 찾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터빈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주변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심장 같은 터빈발전기는 지난 40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영구정지를 사흘 앞둔 시간이지만 고리1호기의 전력계통을 통제하는 주제어실 직원들은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영구정지 여부와 상관없이 늘 그랬듯 세심히 들여다보면 안전도를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주제어실에서 만난 박지태 한국수력원자력 발전1소장은 1979년에 입사해 고리2호기에서 근무하며 ‘풋풋했던’ 고리1호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꼼꼼한 점검으로 영구정지까지 안전운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38년 동안 근무하면서 고리1호기와 역사를 같이했는데 막상 영구정지된다니 마음이 짠하다”고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원전을 영구적으로 정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서서히 밟아 속도를 줄인 뒤 정지하는 것처럼 사전에 발전기의 출력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17일부터 평소 600㎿ 수준이던 고리1호기 발전량을 서서히 줄여 60㎿ 이하로 떨어뜨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고리1호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계통 분리’ 작업이 시작돼 17일 오후6시를 기점으로 주제어실 계기판의 ‘빨간 버튼’이 눌러지면서 발전기 터빈의 가동이 멈췄다. 30여분 후 원자로에 제어봉을 삽입해 발전소의 핵심인 원자로를 완전 정지시켰다. 마지막 단계로 원자로 냉각수 온도를 낮춰 19일 0시를 기해 최초의 상업용 원전은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의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고리1호기의 의미는 크다. ‘대한민국 1호 원전’의 영구정지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1호기 퇴역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에너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1호기가 두 번째 영구정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월성1호기를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총 12기다.

여기에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화력발전소마저 가동을 일시 정지시키는 등 새 정부는 원전과 화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 발표되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이에 대한 로드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과 화전을 포기하게 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외부 환경 요인에 따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전력공급 차질에 대한 사전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리1호기는 지난 40년 동안 15만5,260GWh를 생산하며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전력수요를 뒷받침하는 발판이었다. 이번에 영구정지에 들어가면서 한수원 관계자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 노기경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고리1호기는 지난 40년간 부산시 전체가 8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며 맡은 소임을 다했다”면서 “한수원 직원들은 역시 중간저장시설 설치와 시설물 해체 등 남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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