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 ‘큰손’인 미국 프랭클린템플턴의 빈자리를 아시아계 자금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템플턴의 매도세로 원화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아시아계 국부펀드와 자금들의 재정거래(Arbitrage Transaction)로 빗나갔다. 오히려 전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한동안 재정거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자금들이 단기 이벤트에 취약한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한다. 국내 경기 개선과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편성 등의 요인은 시중금리를 올리며 채권시장의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1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약 10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6월12~16일) 1조2,009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해 전체 2,000억원가량의 순투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채권시장에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외국인은 2년 이하의 단기채를 1조3,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인 언급에도 1년 이하 단기채를 1조원가량 사들여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원화채권 시장은 지난해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채권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템플턴 펀드의 매도세에 휘청거렸다. 템플턴 펀드의 원화채 보유잔액은 지난해에만 60%가량 감소했으며 올해 1·4분기에도 3억5,000만달러를 순상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아시아계 자금이 유입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이후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아시아계로 중국·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일본 등으로 재정거래 역시 대부분 아시아계 자금이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자금이 단기차익에 집중하는 재정거래를 통한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재정거래란 가격이 싼 시장에서 매입해 비싼 시장에 매도해 매매차익을 얻는 거래로 금융시장에서는 동일 통화의 환 시세에 차이가 있을 때 시세가 낮은 시장에서 사들여 높은 시장에서 매도하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강 연구원은 “올해 들어 14조원가량의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증가했다”며 “이 중 순매수 기준으로 13조6,000억원이 1년 이하 단기채에 집중돼 사실상 재정거래 자금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는 방향성보다는 단기 재정거래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연구원은 “추후 자금유출 여부는 달러 대비 아시아 로컬통화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가 완화하면서 아시아통화의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되며 기존 재정거래 투자가 급격하게 청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계획과 경기부양책이 비아시아계 큰손의 채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최근 해외기관을 인용해 한국 채권시장의 약세를 전망했다. 닛코자산운용은 “한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자극할 만한 확고한 신호를 보여준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채권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웨스턴자산운용 역시 국내 채권시장에 대해 “원화채권에 대한 자금 매수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여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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