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노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공식화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우리나라의 주 발전원인 원전과 화전을 대신해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현재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까지로 높이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이행전략은 제시되지 않아 일선에서는 논란과 혼선도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7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행전략들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목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재 17GW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65GW까지 늘어야 한다”며 운을 뗐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현재의 4배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65GW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3.6GW 수준인 태양광발전을 10배 이상인 37GW로 늘려야 하고 풍력발전(육상·해상 포함) 역시 0.85GW 수준에서 16GW까지 대폭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과 화전보다 발전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에 맞춰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이끌어갈 대기업을 육성하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농가 등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는 유인책도 내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의견이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발전용 연료 과세 개편, 연료비 연동제 도입,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체적으로 인상되기보다는 전기 사용이 적은 밤 시간대나 주말에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낮춰줬던 경부하 요금제가 첫 개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이끌어 갈 산업계의 리더가 필요한데 그 역할은 한국전력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소장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과 전기사업법 개정이라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의 전력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기판매의 독점을 완화해 독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발전 계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전략도 나왔다. 좁은 부지에 대용량 발전을 할 수 있는 원전·화전과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전국으로 분산시켜야 하고 발전용량이 적기 때문에 전력을 생산하면 이를 끌어올 효율적인 송배전망을 한전을 통해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기대하며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를 강화하고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부활시킬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상향 조정에 따라 RPS 목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형·농가형 태양광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설비에 대해 한시적으로 FIT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가 태양광과 주민발전소 등 지역 수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농가들이 100㎾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도록 제도와 금융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10만 농가가 각각 1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용량을 담당하면 태양광 10GW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행위 허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해상 풍력, 해양에너지, 건물일체형 태양광, 수상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 신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소장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서로 다른 규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합리적으로 정비하지 않고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어렵다”면서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상 풍력, 건물일체형 태양광 등 아직 선진국도 발전이 더딘 분야에 우리가 도전해 집중 투자한다면 재생에너지 선도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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