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몰에서 손쉽게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상품을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무기로 역직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0~30대 스타 CEO들이 한국에서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 판매로 수출의 새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창업자들을 20회에 걸쳐 만나본다. /편집자주
“서울에서 어떤 옷을 가져오면 같은 반 친구들이 반겨줄까하는 고민이 사업의 출발점이자 성장 동력이 됐습니다. 늘씬한 패션 모델들이 입는 화려한 옷만 내놓았다면 또래 소녀들에게 팔릴 리 없었겠죠.”
지난해 연 매출 500억원을 거둔 여성의류 전문몰 ‘육육걸즈(www.66girls.co.kr)’의 박예나(25·사진) 대표의 성공담은 지난 200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 출신의 박 대표는 고교입학 시험을 마치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동대문에서 사들인 옷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수익을 남겨보자는 시나리오를 되뇌었다. 주머니에는 틈틈이 모아뒀던 자본금 10만원이 있었다.
평화로운 전주에서만 살았던 그에게 동대문은 화려함과 치열함이 공존하는 세계였다. 난생 처음 겪는 상인들과의 흥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옷 몇 벌을 구매해 전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판매를 진행했으나 손에 쥔 매출은 고작 4만원. 교통비도 건지지 못했다.
포기했다면 지금의 육육걸즈는 없었을 터. 고등학교 또래들이 학원과 PC방을 다닐 때 박 대표는 온라인 의류 판매 연구에만 매달렸다. 친구들이 주로 입는 옷과 패션 아이템을 눈여겨 봤다. 방송이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패션과는 조금 달랐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공략층이었던 제 또래의 패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유명 브랜드들은 44~55의 늘씬한 사이즈 옷을 앞다퉈 내놓지만 ‘소녀들의 현실’과는 동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입기 편한 빅사이즈 옷들은 심미성을 아예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통통한 66사이즈 옷을 예쁘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쇼핑몰 브랜드 이름인 ‘육육(66)걸즈’가 탄생했다.
그 후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3년만에 연 매출은 1억원을 넘겼다. 어른들과의 거래와 흥정, 또래 대상 의류 판매까지 모두 자신이 붙었다.
지난 2012년에는 연 매출이 100억원으로 치솟더니 최근 기준 전체 회원 수는 80만명을 넘어섰다. 비회원도 육육걸즈 의류 구매가 가능함을 고려하면, 실제 고객 규모는 수백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 돌파’의 타이틀은 그 결과물이다.
온라인 쇼핑업계 강자로 우뚝 선 박 대표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들과 길거리 곳곳을 탐방하며 연구한 스타일 요소로 의류를 기획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매주 60~70종의 신상품이 탄생한다. 약 2년 전부터는 66사이즈의 소녀뿐만 아니라 20~30대 이상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공략하고 있다.
스타일 역시 ‘데일리룩’이나 ‘오피스룩’ 등 특정 분야로 제한하지 않았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2015년 말부터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영어·중국어·일본어·대만번체의 온라인 쇼핑몰을 잇따라 열었다. 한국에서 신상품을 등록하면 각국 쇼핑몰에 자동으로 뜨고 사나흘 정도면 배송된다. 대만에서는 SNS 스타들이 잇따라 육육걸즈 의류를 팔로워들에게 소개했고,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고객 증가세가 가파르다.
박 대표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많이 배우고 깨닫고 있다”며 “10년 전 또래들과 패션에 대해 토론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글로벌 고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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