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들이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해 분사와 합병, 합작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비용절감과 서비스 품질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2020년 9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통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통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 바이오 기업들도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한 SK케미칼은 바이오사업부를 계열사로 분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케미칼은 오는 12월1일 SK케미칼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고 화학 사업과 바이오 사업의 양대 축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전문가들은 추후 두 부문이 분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도 SK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만큼 분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는 SK케미칼이 바이오제약사업에 진출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987년 바이오제약사업에 뛰어든 후 혈우병 치료 신약 ‘앱스틸라’를 개발해 미국 바이오 기업에 기술을 수출하고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 출시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LG화학과 CJ헬스케어가 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SK케미칼이 3,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LG그룹도 분사와 합병을 통해 바이오 산업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1979년 럭키중앙연구소에서 출발해 1995년 LG그룹이 출범하면서 LG화학에 편입됐다. 그러다 2002년 LG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LG생명과학이 신설되면서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탄생했다. 이듬해 국산 신약 최초로 항생제 ‘팩티브’를 미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바이오·동물·진단의약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의 대표주자가 됐다.
LG생명과학은 분사 15년 만인 올해 초 LG화학에 다시 흡수됐다.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화학과 바이오를 묶어 투자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매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은 인수·신설·합작의 3대 전략을 골고루 활용하며 바이오 산업을 키웠다. 삼성메디슨은 벤처기업 메디슨 인수 후 출범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과의 합작법인으로 탄생했다. 지난 2007년 바이오를 신수종사업으로 발표한 후 5년 만에 의료기기(삼성메디슨·2010년), 바이오의약품 제조(삼성바이오로직스·2011년), 바이오의약품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2012년)이라는 3각 편대를 완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의 전략은 각자 다르지만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최종 목표는 같다”며 “SK·LG·삼성과 앞서 분사에 성공한 CJ헬스케어, 처음부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코오롱생명과학 등 5개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추가적인 분사와 합병, 인수 등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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