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사진) 하림그룹 회장이 22일 최근 총수 일가의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어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반박했다.
김 회장은 이날 충남 공주시 소재 펫푸드(반려동물 식품) 전용 공장 ‘해피댄스스튜디오’ 개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아들에 대한 증여는 그 시점의 자산가치에 근거해 법에 따라 진행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장남 김준영(25) 씨에게 비상장기업인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김준영 씨는 증여 과정에서 증여세 100억원을 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0조 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그룹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세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돈은 증여 받은 올품 주식의 30%를 유상감자해서 조달했다. 올품이 준영 씨에게 유상감자를 통해 100억원을 지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아들에게 증여할 때는 하림그룹이 지금처럼 자산 10조 원대 대기업이 아니라 3조5,000억 원대 중견기업에 불과했다”며 세금 규모는 적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증여세를 회사 돈으로 대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상감자를 통해 주식을 소각했기 때문에 증여 받은 자산이 줄어들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편법 증여 등의 논란 이면에는 장남인 김 씨가 증여세 100억 원을 내고 하림그룹의 지배력을 높였다는 것에 있다.
‘올품’과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옛 한국썸벧)’는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 지분을 각각 7.46%·37.14% 보유하고 있다. 준영 씨가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하림그룹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올품·한국썸벧은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증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15년 내지 20년 후 경영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승계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주주로 남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을 증여할 당시 아들에게 그대로 경영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이 올품에 대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이 기간 동안 다른 계열사와 합병이 이뤄지면서 두 회사의 매출이 합쳐지다 보니 급증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하림은 창사 6년 만에 인수합병으로 재계 29위까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7년 돈육 가공업체인 선진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가공 사업 부문인 대상 팜스코를 인수, 육계에 이어 양돈업계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또 지난 2015년에는 물류 부문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거대 해운사 팬오션을 품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 증여 등의 논란이 하림그룹의 최대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며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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