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강남 8학군이 부활하며 이 일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외고가 폐지되면 자녀를 강남의 전통 명문 고교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강남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본지 6월13일자 3면 참조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6·19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이 결국은 강남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22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시내 총 22개 자사고 가운데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5위 자사고가 모두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다. 강남구에 위치한 휘문고가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화고(서초·27명), 현대고(강남·19명), 중동고(강남·14명), 세화여고(서초·14명) 순이었다.
지금까지 강남권 자사고는 광역 단위 선발로 거주지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일반고로 전환되면 해당 지역의 학생만 선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반고로 전환되는 이들 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위장 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 전환까지 시사하면서 전통적으로 내신이 불리했던 강남 지역 학생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강남으로의 쏠림 현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과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한 반에 있는 학생 전원이 1등급을 받을 수도 있게 돼 변별력이 낮아지게 되고 이 경우 각 대학들이 본고사를 도입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늘리게 돼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 강북권의 일반고 교육환경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대안으로 강북 지역의 자사고가 생겨나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었다”면서 “반면 강남권은 기존의 명문고가 자사고로 전환되며 더욱 더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이들이 일반고로 바뀌면 과거보다 더 파워풀해지며 총량 지표로 봤을 때 강남의 학력 수준이 당분간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사교육 시장이 살아 있는 이상 강남 대치동에 대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밝힌 대학 서열 해체 등과 맞물려 입시제도가 개선되고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억제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 외에도 강남 지역의 개발 호재가 많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코엑스 영동대로 지하화, 잠실 MICE 단지 개발, 개포 저밀도 지구 재건축 등의 호재로 강남에 대한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학군 수요의 쏠림 현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강남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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