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시·컨퍼런스 ‘2017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던진 화두는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4,000여개 기업과 1만 6,000여명의 관계자들은 나흘간의 전시 기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수 많은 주제 발표와 토론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파킨슨씨 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치료제 개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한 유전자 빅데이터 기술이 어떻게 발전되면서 축적된 정보에 대한 활용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암 정복 다음 스텝은 ‘브레인(뇌)’=공식 개막일인 지난 19일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는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올레 아이작슨 하버드 의대 교수는 “2014년부터 3년간 알츠하이머 치매, 루게릭 등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들이 유치한 벤처캐피탈 투자 건수는 111건으로, 가장 많이 투자가 늘어난 분야”라며 “소규모 바이오텍에서 다국적 제약사 등으로 기술이 이전된 건수 역시 2010~2013년간 225건에서 2014~2016년 3,000여 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계약금 역시 6,000만 달러~3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1,000만 달러 대에 그치는 다른 질환 치료제의 초기 계약금과 비교하면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역시 치매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일 기조 연설자로 나선 캐머런 전 총리는 “우리 시대에서 ‘치매’는 1980년대 에이즈(HIV)나 다름없는 (두려운) 질환”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이오 업계 전반적으로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비중이 높아진 현실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텍의 주력 분야가 좀 더 효과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면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는 대부분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가 몰고 올 ‘예측 의학’의 시대=바이오 산업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간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의 주인공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한 사람의 유전체와 관련된 페타바이트(PB·약 100만 기가바이트) 규모의 빅데이터와 MRI 촬영으로 얻어낸 인체 속 이미지 정보를 결합, 그 사람이 걸릴 수 있는 질병 등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헬스 뉴클레어스(nucleus)’라고 이름 붙여진 서비스는 벤터 박사가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벤처 ‘휴먼 롱제비티’를 통해 제공된다. 한 번에 2만 5,000달러(약 2,85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지만, 이미 100명이 넘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툴 뷰트 UC샌프란시스코 컴퓨터헬스사이언스 연구소장 역시 “모두에게 공개된 유전체 빅데이터만 200만 건(2016년 기준)이 구축됐고 4년마다 2배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런 오픈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을 만드는 활동도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툴 소장은 유전체 빅데이터를 직접 활용해 임신중독증과 특정 유전자 간의 상관 관계를 발견, 1인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고, 이 곳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취득한 특허를 다국적 제약사로 이전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결과를 가장 중요시하고 이를 지지하는 근거로 데이터가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주도 하에 신약이 개발된 후 임상을 통해 확인하는 개발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디에이고=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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