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청이 운영하는 대구시 서구 만평네거리의 대구일일취업센터가 문을 여는 매일 오전 5시면 50~60대들이 모여든다. 하나둘 들어와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40명 가까이 된다.
센터 직원은 그날그날 일손이 필요한 업체와 하는 일을 소개한다. 손을 들어 일할 의사를 나타내고 선택받은 사람들은 바로 자리를 뜬다. 주로 도금공장, 섬유업체, 자동차부품공장 등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염색을 돕는 일이다. 식당 보조 일도 가끔 들어온다. 선택받지 못하고 남은 사람은 하릴없이 기다리다 그냥 돌아간다. 이때가 보통 오전 6시 30분께다.
요즘엔 하루 평균 40명 안팎이 센터를 찾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30% 남짓에 그친다. 2∼3년 전보다 일거리 자체가 많이 줄었다. 거의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는 50대 A씨는 23일 “한 달 내내 찾아와도 5일 정도 일할까 말까다”면서 “힘든 일이 많아 날마다 일을 나갈 수는 없으나 전보다 일자리 구경하기가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센터 관계자는 “IMF 뒤인 1998년 말 취업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요즘만큼 썰렁한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용직 일자리를 꿰차고 앉은 측면도 있으나 경기불황으로 성서공단, 3공단 등에 있는 제조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게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전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직업소개소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서구 북비산네거리는 건설현장과 인력을 맺어주는 일로 옛날부터 성행했지만 이제는 다 지난 얘기가 됐다.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막일꾼을 찾는 업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이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고 전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