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37) 씨는 최근 대형 증권사 지점에서 베트남 주식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개설했다. 떠오르는 시장인 베트남의 삼성전자가 될 만한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윤 씨가 베트남시장을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 국내 증권사에서 베트남 주식을 간편하게 직접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주요 이유다. 윤 씨는 “신흥국 중 중국의 유망 기업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소비재와 인프라 등 베트남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함께 성장할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주식 직구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들이 증권사에서 베트남 직접 투자를 위해 종목에 상담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직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국내 주요 증권사가 온라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베트남 주식거래 접근성을 높인 영향이 크다. 지난 해 10월 신한금융투자가 증권업계 최초로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베트남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삼성증권(2017년 3월), 미래에셋대우(2017년 6월) 등 대형 증권사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 달 기준으로 중개 규모가 200억 원을 돌파해 시장 점유율 70%의 압도적 실적을 거두고 있다.
증권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올해 들어 베트남 VN지수는 약 14%(23일 기준) 상승했다. 특히 최근 두 달 사이에는 약 8.5% 지수가 상승해 인도(4.5%), 인도네시아(2.4%) 등 주요 신흥국 증시 상승세를 뛰어넘었다. 지난 해 주목받은 브라질과 러시아가 각각 4.0%, 6.8% 하락 중인 것과 대비된다. 특히 5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베트남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유망 투자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무디스, 피치 등은 거시경제 여건 개선과 대외 안정성 등을 근거로 베트남 국가 신용 등급을 2014년 7월 이후 상향 조정했다. S&P는 부실자산처리, 건전성 개선 등을 근거로 베트남 8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높였다. 부쑤언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VN지수는 신용등급 상향 이후 3주간 약 4% 상승했다”먀 “동(VND)·달러 환율은 2만730동으로 최근 기준환율이 12동 가량 인상되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종목을 선정하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소비재 관련 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5월 산업생산증가율은 IT(32%), 철강(20%), 건설자재(!1.2%) 등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고 음식료(7.9%), 의류(7.2%) 등 소비재도 성장세가 견조하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시장 확대, 인프라투자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개선 기대감이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여전하다”며 “지난 해 하반기 신규상장 열풍을 주도한 대형·중형주는 5월 들어 부진하지만 신규상장 종목 이외 주가는 견조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하는 업종 중 한국의 ‘삼성전자’만큼 성장할 만한 기업은 어딜까.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비재(비나밀크, 사베코, 마산그룹), 금융(밀리터리뱅크), 산업재(코덱건설, 호치민인프라투자) 등 분야별로 추천 종목을 제시했다. 현재 베트남 시장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우유 제조사인 ‘비나밀크’로 2017년 영업이익률은 22.4%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 12.1% 대비 높은 수준으로 베트남 유제품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이 기대된다. 여름이 다가오면 기후 변화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만큼 음료 업종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부쑤언토 연구원은 “올해 베트남 무더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음식료 업종과 가전제품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선풍기, 에어콘을 판매하는 TAG는 주가가 2주 만에 60% 급등했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이 아직 신흥국에 속하는 만큼 투자 리스크도 존재해 투자 전 정확한 정보 습득이 필요하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주식의 외국인 투자한도를 기업이 내부에서 결정해 모바일월드 등 일부 기업은 투자가 불가능하며 사회주의국가로 대다수 대표 기업의 대주주는 정부다. 상장기업 업종별 비중은 금융, 필수소비재, 산업재, 부동산 순이며 IT, 제조업 비중은 5% 이하로 낮다. 베트남의 산업 구조는 전통적 1차산업 기반의 성장국가로 제조업은 FDI를 통해 미국, 일본, 한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전 세계 육류소비 6위 시장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증권 측은 “베트남 동화 변동성이 크고 미국발 보호무역도 투자 리스크”라며 “분산투자와 중장기보유, 현지 정보망 구축 등의 방식으로 투자해 투자 리스크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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