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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통시장 '태풍의 눈'으로

정치권 중심 논의 본격화에

이통사도 긍정적 반응 선회

유통망 반발 등은 과제로





이동통신과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완전자급제(이하 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자급제 논의가 본격화하는 데다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이동통신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제조사 및 유통망, 그리고 이통사 보조금을 포기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본지 6월24일자 1·4면

25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통신비 경감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동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단말기 자급제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9일 최태원 회장이 주재한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통신료 문제로 통신사들이 모든 비난을 다 받고 있다. 통신료라고 하는 것은 통신사들도 해야 하나 단말기 제조사들도 해야 하고, 많은 플레이어들이 동참해야 한다”며 “이통사의 영업 정책도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하고, 결국 딥체인지를 통해 (기존 유통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마친 후에는 “통신비는 통신서비스 요금뿐 아니라 단말에 대한 부담이나 국민 생활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이런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자급제 방식으로의 전환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제반 여건만 조성되면 중장기적으로 통신서비스와 유통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도 23일 공개 석상에서 “통신료 6만원이 청구되면 그중 통신사가 가져가는 몫은 3만3,000원 정도고 나머지는 통신 외적인 부분, 즉 단말기 가격 등에서 청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 시장 변화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통신 서비스 가입은 통신사가 전담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연간 2조~3조원 규모의 통신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며 “완전자급제 시행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곧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도 지난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장정상화의 첩경! 환영합니다!’라며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반 여건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단말기 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90% 이상의 휴대폰 단말기가 이통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미국이나 러시아·중국·유럽 등에서는 40~50% 이상(업계 추정)이 자급제로 유통되고 있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대신 제조사나 양판점 등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게 된다. 이통사에서는 유심(USIM), 즉 통신서비스만 구매하게 된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단말기 실구매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만 유통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장기적으로 단말기값과 통신요금이 인하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특정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미 ‘보편 요금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무(無)보조금 시장이기 때문에 이통사 외의 채널에서도 판매 비중이 높다”며 “사은품 증정이나 1+1 행사가 활발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제조사는 말 그대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라며 “자급제 시장이 열리면 이에 맞게 제품을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스럽게 ‘언락폰(공기계)’ 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이통3사의 유심 이동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제품에 어떤 이통사 유심을 끼워도 작동은 하지만, 출고 시점부터 언락폰으로 나오는 경우는 전무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시장의 판을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전국 2만5,000여개 유통망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유통망의 주 수익원은 단말기 판매·가입을 처리하며 받는 판매 장려금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연착륙 대책 마련 없이 갑작스러운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 측은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해결방안 찾는 게 맞다”고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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