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버스와 대형트럭 등 상용차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상용디자인팀’을 신설했다. 승용차 디자이너들이 겸임했던 상용차 디자인을 특화하고 상용차에도 소위 ‘현대룩(Hyundai Look)’으로 불리는 패밀리룩으로 디자인 통일성을 강화한다.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상용차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남양연구소에 상용차 전담 디자인팀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버스는 도시의 얼굴이자 나라의 얼굴이다. 현대차 상용차가 어떤 선진국 도로를 달리더라도 뒤지지 않게 디자인하라”고 주문한 것이 시작이다.
상용디자인팀은 포드에서 15년 이상 디자인을 담당한 하학수 이사가 이끌고 있다. 또 국내 주요 업체들을 두루 거친 디자이너와 일본 자동차 업체에서 영입한 인재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는 승용차 디자이너가 필요에 따라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상용차를 디자인했지만 주행 등 차량 성능이 완전히 다르고 모델 변경 주기도 승용차(2~4년)에 비해 버스와 대형트럭(10~20년)이 두 배 이상 길다는 점 등도 한 이유다. 현대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별도 디자이너들이 담당하듯 상용차 역시 차량 특성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화물 운송자들의 연령이 낮아져 상용차 시장에서도 볼보트럭 등 주요 수입업체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신경을 더 쓰게 된 요인이다. 하 이사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버스는 운전면허 없는 고객이 현대차를 만나는 첫 관문으로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상용차 부문에서도 현대차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용차에도 현대룩을 적용한다. 중구난방이었던 디자인을 주요 키워드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상용차 중 대형트럭은 ‘힘’과 ‘담대함’, 시내버스는 ‘실용성’ 등과 같이 구체적인 키워드도 정해졌다. 향후 포터 등 소상공차 역시 디자인 맥락을 같이 할 예정이다.
현대차 상용디자인팀의 첫 작품은 전기버스 ‘일렉시티’다. 기존 현대차가 생산하던 에어로시티 버스 전면부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동시에 현대차의 친환경차 ‘아이오닉’이 추구하는 푸른 컬러를 확대 반영했다. 실내 역시 친환경차임을 알 수 있는 연두색 시트와 친환경 바닥재, 인간 중심의 디자인 등이 상용디자인팀의 작품이다.
현대차는 상용차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책을 강화한다. 전주와 울산으로 나뉘어 있던 연구조직은 남양연구소로 이전해 단일화했다. 연구시설 규모도 기존 연구소(연면적 1만8,000㎡)의 두 배(3만㎡)로 신설했고 연구인력도 600명에서 800여명으로 늘렸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상용차 메가페어 행사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연비를 30% 개선하고 자율주행 기술에 바탕을 둔 군집 시범주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는 가격이 1억원 이상 되는 비교적 고가에다 수익률이 우수한 편”이라며 “상용차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곧 현대차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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