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계열사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 체계인 매트릭스 방식을 연내 도입한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매트릭스 도입이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하나금융·KB금융·신한금융 등 주요 금융 지주들이 잇따라 도입을 시작한 단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연말 조직 개편에서 매트릭스 도입을 위한 구체적 안을 확정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착수하기로 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한이나 KB·하나 등 3대 금융지주사들이 이미 (매트릭스) 도입을 완료했고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계열사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다”며 “연말 조직개편에서 도입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계열사별 시너지 강화를 위해 글로벌 부문과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계열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CIB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 매트릭스 도입을 통해 투자은행(IB) 주요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계열사별로 갖고 있는 인수합병(M&A) 정보를 공유하고 딜을 할 때 공동 투자하는 등 시너지를 제고하기로 했다. 농협금융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국내 IB 업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딜 정보를 은행과 공유하고 은행은 자금력을 투입해 함께 투자하면 시너지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계열) 증권사는 은행에 (IB 딜) 정보력을, 은행은 증권사에 자금력을 뒷받침해주면서 상생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도입은 지난 4월 말 연임에 성공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글로벌 IB 분야를 강화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돼보겠다며 굉장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매트릭스 도입을 계기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사회기반시설(SOC) 개발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들은 자산관리(WM) 부문까지 매트릭스 도입을 마쳤다면 농협금융은 우선 CIB 부문부터 도입한 후 결과에 따라 매트릭스를 전사업부문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매트릭스는 계열사별 칸막이를 없애고 주요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협업을 도모하는 경영 방식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그동안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들이 각각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영역을 넘나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독자 경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 금융지주들이 사업부문별 그룹장을 두고 그룹장이 타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해 계열사의 틀을 넘는 매트릭스 조직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