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부는 내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문제는 재원. 1년에 2조4,000억원, 5년간 11조원이 필요하다. 교사 증원 같은 현안을 감안하면 고교 무상교육이 축소되거나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현실에서 얼마나 필요할까.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고교생 학비를 지원받고 있는 비율이 52%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과 특성화고 장학금 지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교육급여, 농어업인 자녀 학자금 지원, 공무원 자녀 학비 보조로 총 71만8,532명(39%)이 지원을 받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9,952억원(35%)이나 된다. 민간 지원도 적지 않다. 사기업과 공공기관 재직자 가운데 자녀 학비 지원을 받는 인원은 32만5,770명으로 비율로는 18%다. 금액으로는 4,920억원(17%) 수준이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따지면 전체(182만7,254명)의 57%, 금액으로 보면 전체의 52%가 이미 지원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이거나 처우가 좋은 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그 사이에 낀 애매한 이들만 지원이 없는 것이다.
거꾸로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으면 ‘샌드위치’ 계층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앞서 교육부의 고교 무상교육 추정예산도 기존 수급자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재직자들은 고소득자이면서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의 복지는 가운데(중간계층)가 뚫려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고교 학자금 부분은 상류층은 사실상 혜택을 받는데 중간층은 못 받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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