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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식 재정정보원장 "'눈먼 돈' 오명 정부보조금, 부정수급 뿌리 뽑겠다"

[서경이 만난 사람]

내달 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 개통..중복 지원 등 철저 관리

'선지급 후정산' 탈피,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 내야 보조금 승인

맞춤형 보조금 정보제공..낙찰차액 자동등록해 예산낭비도 막아

이원식 재정정보원장./송은석기자




경기도 파주에서 간판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00광고기획’ 대표 등 29명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간판정비사업 명목으로 해당 관청에서 60%의 국고보조금을 받고 나머지 40%는 자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보조금으로만 간판을 교체하기로 공모하고 보조금 6,200만원을 부정수급했다. 파주시청 담당 공무원(7급)에게 간이영수증 등을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고 담당 공무원도 부정수급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 결국 이들은 올해 초 경찰에 검거됐다.

연간 60조원에 이르는 정부보조금에는 언제나 ‘눈먼 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부정수급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나라도움(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이라는 시스템이 구축돼 세금계산서 등 공인된 증빙서류를 전산으로 제출해야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시스템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재정정보원’의 이원식 원장을 서울 중구 퇴계로 본사에서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대담=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aily.com

오는 7월이면 출범을 1년을 맞는 재정정보원은 이에 맞춰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는 e나라도움을 전면 개통한다. 이 원장은 “보조금에 꼬리표를 달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 해 예산 약 400조원 중 15%를 차지하는 보조금은 정부가 해당인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고 그 사람이 다 쓴 후 영수증을 제출하는 ‘선지급 후정산’ 시스템이었다. 영수증을 위조하는 사람이나 아예 내지 않는 사람 등이 많았고 검증도 수작업으로 해 문제가 많았다.

이 원장은 “올해부터는 정부 계좌에서 재정정보원 계좌로 보조금이 들어오고, 보조금을 쓰려는 사람이 세금계산서 등 돈을 집행한 공인된 내역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만 보조금이 출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의미로 보조금 부정수급을 애초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보조금에 꼬리표를 단 것같이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e나라도움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구축해 올해 1월에 1차 개통했고 다음달 1일 전면 개통된다. 재정정보원은 이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조금 중복수급도 방지된다. 이 원장은 “수급자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돼 전체 보조사업에 대한 중복신청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합된 DB가 없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부처의 보조금을 타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시스템화해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어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원장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임에도 어떤 보조금이 있고 본인이 수혜 대상자인지를 몰라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e나라도움에 접속해 본인의 주요정보 등을 입력하면 어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조치로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인구도 감소하는 등 세입(세금수입) 여건은 안 좋은데 (복지 등으로) 지출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며 “재정정보 등을 활용해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정보원은 지난해 7월1일 기재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1월 재정업무를 전산화·표준화하기 위해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인 디브레인이 개통됐지만 민간에 맡기다 보니 △정보유출 우려 △재정정보화 기술의 민간 종속 우려 △디브레인 내 재정통계 연구 필요성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3월 한국재정정보원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실무 작업을 거쳐 출범했다.



이 원장은 “디브레인을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운영하게 됨으로써 예산을 많이 아낄 것으로 기대된다”며 “본격 시행될 낙찰차액 자동등록 제도가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재정정보원이 예산 당국으로부터 100억원의 사업예산을 받아 조달청을 통해 입찰에 부친 결과 90억원에 낙찰되면 10억원의 낙찰차액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디브레인에 자동등록돼 재정 당국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낙찰차액의 임의사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시범적용했더니 9~12월 중 1,330억원의 낙찰차액이 디브레인에 등록됐다”며 “재정 당국의 재정 여력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간 위탁회사가 시스템 운영에만 치중했다면 이제 공공기관이 디브레인 운영을 맡아 기능 개선도 추진하며 재정 여력 확충에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정보원은 재정정보화 국제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이 원장은 “미주개발은행(IDB)과 중남미 개발도상국의 재정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협업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며 “해외협력을 통해 결국 수출까지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서 라오스 재무장관과도 회동했는데 우리 재정정보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정정보원은 재정연구 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연구 부문을 보면 통화·금융 등의 연구는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재정에 대한 것은 미진한 게 사실이다. 물론 전반적인 경제 차원에서 거시재정, 적정 예산 규모 등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나랏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등 미시재정에 대한 공부는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 원장은 “재정정보원이 재정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구가 진행되면 재정 당국이 정책을 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재정정보원은 올해 1월부터 재정 전문 월간지 ‘나라재정’을 발간했다. 이 원장은 “축적된 방대한 재정정보를 빅데이터 분석 기법 등으로 연구해 고품질 재정통계를 생산하고, 재정 낭비요인을 발굴하고, 재정 당국의 정책 수립과 운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부문에는 총 16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일하고 있다.

이 원장은 “재정교육도 강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교육만 해도 금융감독원·한국은행·경제단체 등에서 큰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활발하게 진행하는 반면 재정교육은 교육 전담 조직과 인력도 없고 기재부 내부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실무교육 정도만 명맥을 이어가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의 문제 등 재정은 금융 못지않게 중요한데 국민 교육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있지만 세금도 같이 연구하기 때문에 재정만 놓고 보면 재정정보원이 국내 유일의 재정 전문기관”이라며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재정정보원이 재정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정리=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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