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시판된 주요 전문의약품 관련 특허 출원, 계약·분쟁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 39개사, 국내 제약사 32개사 등 총 71개 제약사에 조사표를 송부했다고 26일 밝혔다. 선정된 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제약사 간 특허 분쟁 현황, 특허 분쟁 중 소취하, 합의, 중재 내역 등을 공정위가 송부한 조사표에 작성해 계약서 사본 등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제약분야의 ‘역지불합의’는 특허권을 보유한 오리지널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업체의 시장 진입을 포기하게끔 합의하면서 반대급부로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다. 오리지널 제약사 입장에서는 복제약 출시로 신약의 가격이 낮아지는 점을 방지할 수 있고 제네릭 업체는 오리지널 제약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제약분야에서 종종 일어나는 경쟁제한 행위다. 두 업체 간의 합의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신약 특허 기간이 만료돼 저렴한 가격으로 복제약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공정위가 2011년 5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던 GSK-동아제약 사건이다. 당시 항구토제인 ‘조프란’에 대한 신약 특허권자인 GSK는 동아제약이 복제약 ‘온다론’을 출시하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업체는 갑작스럽게 특허분쟁을 종결했다. 동아제약이 이미 출시한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항구토제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는 대신 GSK의 신약 판매권 등 이례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 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신약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GSK가 동아제약의 복제약이 출시돼 시장가격이 낮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역으로 특허를 침해한 동아제약에 인센티브를 준 것이다. 결국 저렴한 복제약인 온다론은 시장에서 퇴출돼 소비자들은 고가의 신약인 조프란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영욱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제약·바이오 분야의 지재권 남용행위 감시 활동에 이번 실태점검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실태점검 자료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실시해 구체적인 위법 협의가 인지될 경우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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