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8시30분. 동국제강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2층 로비가 아침부터 젊은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미키마우스와 스누피 같은 만화 영화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깃 없는 면 티셔츠와 면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동국제강 대졸 신입사원·주니어사원 지원자들이다.
동국제강은 이날 대졸 신입사원과 채용을 전제하는 인턴 격인 주니어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시험과 토론 및 심층 면접 전형을 시작했다. 30명 안팎을 뽑는 데 3,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서류 전형 경쟁률만 무려 100대1을 기록했다.
누구보다 바짝 긴장해 있을 면접 대기자들이 캐릭터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대기할 수 있었던 것은 동국제강의 새로운 면접 전형 방침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면접 대상자들에게는 ‘당일 현장에서 티셔츠를 나눠 줄 테니 정장이 아닌 편한 복장으로 면접장에 오라’고 사전에 안내했다. 지원자 개개인의 티셔츠 사이즈도 미리 파악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원자들에게 복장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정장을 입고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에서 면접 보는 것을 바꿔보자는 제안에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면접장에서, 그것도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철강 회사에서 펼쳐진 다소 생소한 면접 풍경은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연출됐다. 장 부회장은 ‘왜 꼭 면접을 정장 차림으로 딱딱한 분위기에서 봐야 하냐. 편한 차림이면 어떠냐’며 인사 담당자들에게 기습 제안을 했다고 한다. 잘 다려진 정장에 깔끔하게 손질한 구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전형적인 면접에서 탈피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색다른 시도는 지원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동국제강 입사 지원자 김모씨는 “몇몇 다른 기업 면접도 다녀봤지만 면 티셔츠를 입고 면접을 보는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라면서 “복장에 대한 걱정이 없고 무엇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사 지원자는 “정장 비용이 만만찮은데 젊은 구직자들을 배려해준 것 같아 좋게 느껴졌다”고 말했다./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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