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리더의 성패는 어떤 사람들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들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항상 되새겨봐야 한다. 리더가 사람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리더는 무엇으로 평가를 받을까? 그건 바로 조직의 성과다. 그래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리더에게 가혹한 곳이 바로 조직이다. 물론 성과를 내면 많은 보상을 받는다. 밥값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성과는 어떻게 창출되는 걸까? 예전에는 잘난 리더만 확보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보장되었고 조직은 풍요롭고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 홀로 리더’가 아니라 ‘더불어 행동하는 리더’가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시절이 되었다. 잘난 리더의 개념이 변한 것이다. 리더의 주변인들도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즉 리더 본인도 잘나야 하지만 주변인도 잘나야 한다. 결국 사람을 잘 쓰는 것이 성공하는 리더의 조건이 되었다. 왜 그럴까? 리더의 주변에 있는 사람은 늘 리더와 함께한다. 생각을 나누고 실행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다행히 처음부터 코드가 맞거나 만약 코드가 맞지 않아도 의도적으로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하면 서로 닮아간다. 닮는 과정에서 좋은 점을 닮기도 하지만 나쁜 점부터 닮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리더의 모습은 종종 주변인의 모습으로 전이 된다. 따라서 주변인의 수준을 파악하면 리더의 수준도 파악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리더도 사람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아무리 리더가 조심해도 실수와 오류는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리더가 실수했을 때 주변인도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큰일 아닐까? 리더와 주변인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리더가 잘해야 주변인도 잘하겠지만, 주변인이 잘하면 리더도 잘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하는 리더의 조건은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고 어떻게 쓰느냐가 결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볼 줄 모르면 선택하기 어렵고, 인재 선택에 실패하면 리더도 실패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한 교훈을 떠올리면 된다. 사람 보는 눈이 성공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다면 좋은 주변인을 선택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조건을 만들면 된다. 먼저 ‘편한 사람’과 ‘잘난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편한 사람은 리더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지 몰라도 조직이 요구하는 능력을 겸비하지 못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리더와의 친분만으로 요직을 차지하여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한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편한 사람에게는 좋은 감정을 갖되 불필요한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편한 사람은 리더에게 많은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만약 불필요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리더의 기본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둘째, ‘버릴 사람’과 ‘챙길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되지만 불가피한 편견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다 같이 갈 수 없는 것이 조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리더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 하기 때문에 리더가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때로는 따스함보다 냉철함이 필요하다. 특히 사람을 쓰는 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리더에게 듣기 싫은 말보다는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듣기 좋은 말에 중독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리더의 판단력이 흔들리고 덩달아 사람 보는 눈도 흔들리고 만다. 그뿐만이 아니다.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터득한 주변인만 리더 곁에 남고, 그 반대 경우의 사람들은 더 이상 머물지 않는다. 이 상태가 되면 겉으로는 모든 것이 안정되고 조용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주변인에게 일종의 긴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듣기 좋은 말만 하면 위험해진다는 긴장감 말이다. 자신의 리더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장감이 리더에게는 보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 리더가 건강한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버리고 조직에 필요한 말을 기꺼이 하는 사람을 챙겨야 한다. 조직이 살아야 리더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원칙과 절차를 지켜라. 믿음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믿음직한 주변인은 늘 리더에게 자신감을 안겨주고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깊이 심어주는 주체가 된다. 그런데 리더도 사람이고 주변인도 사람이다. 믿음이 강한 리더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점이 있다. 만약 믿었던 주변인이 배신에 가까운 실수를 의도적으로 자행한다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어쩌면 요즘은 일 못하는 바보 같은 직원보다 일 잘하고 믿음직한 직원을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른다.
조직에서 치명적인 사건은 늘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믿는 사람에게 맡겼던 중요한 일이 그의 믿음이 변질되는 바람에 잘못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또한 리더의 잘못이다. 사랑한다고 너무 믿은 탓이다. 믿는 사람과도 원칙과 절차를 확인하고 지켜야 한다. 그것이 조직이다. 과정이 희생되면 결과도 희생된다. 즉 믿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거나 확인을 게을리한다면 그 믿음은 배신의 가면으로 전락하고 만다. 리더의 맹목적믿음이 사랑을 원수로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리더는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고 주변인들에게도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원칙이 익숙해지면 덜 섭섭해진다. 결국 주변인이 변질되는 것은 리더와 상황이 공범(共犯)인 셈이다. 리더는 원칙과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만 좋은 주변인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넷째, 리더십을 점검하라. 나쁜 리더 밑에 좋은 부하 없다. 리더가 훌륭하지 못한데 훌륭한 주변인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상은 복잡한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고 제자는 스승의 거울이며 부하는 리더의 거울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리더를 함부로 욕하는 부하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봤고, 자신의 부하를 함부로 욕하는 리더 치고 제대로 된 사람도 없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일지는 몰라도 한번 리더는 영원한 리더가 아니다. 언제나 자신의 리더십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변인은 리더를 관찰하며 닮아간다. 즉 리더가 나빠지면 주변인도 나빠진다.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리더가 나쁜 리더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자 어려운 일이다. 주변인이 먼저 변하는 경우보다는 리더가 먼저 변했기 때문에 주변인이 변하는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주변인을 탓할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리더십을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리더 곁에 있는 주변인은 리더 본인이 선택하고 만들어낸 결과다. 리더의 변신은 주변인의 변신과 다름 아니다. 자신이 기대하는 리더로 기억되고자 한다면 리더십의 점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이 사람을 잘 쓰는 리더의 조건에 대하여 살펴봤다. 물론 리더의 올바른 용인술에는 더 많은 조건이 존재할 수 있다. 최근 실패하는 리더들을 분석해보면 주변인에 대한 관리 소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 또한 리더의 책임이다. 주변인은 주변인이다. 주변인이 리더 본인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다. 아끼는 주변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 그들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적절한 거리감을 두어야 한다. 리더는 속 깊고 태도가 바른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기꺼이 직언할 수 있는 사람, 리더가 제시한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며 조심할 줄 아는 사람을 곁에 둔다면 적어도 실패할 확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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