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신성호(사진) IBK투자증권 사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주식 시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가 전문성이 부족해 리포트의 질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그는 투자자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놓았다. 투자는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리서치 보고서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라는 것이다.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신 사장의 내부 비판은 그가 최근 발간한 책의 제목처럼 ‘투자의 기초’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신 사장은 증권사 연구원들이 주도적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최근 리서치 보고서는 경제-산업-기업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통한 예측은 없고 상장사 IR팀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가공해 약간의 가감을 더한 정도밖에 안 된다”며 “리포트의 본질은 기업 이익의 방향성에 대한 예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도 리포트가 증권사 수익에 도움이 안 돼 못 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연구원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리서치 업계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오는 9월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리포트에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인데 신 사장은 이 점에 동의하면서도 증권사 연구원의 분발을 강조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증권 업계의 현실도 지적했다. 신 사장은 “미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 그로스는 나이가 들어도 열정적으로 활동한다”며 “국내 증권가에는 그런 케이스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증권사가 연구원의 경험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불신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의 조로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증권사 눈치를 보며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내공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개인 투자자를 향한 신 사장의 조언은 결국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투자를 하든 간접투자를 하든 자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며 “보고서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이해해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고 여기에 기업이익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신 사장은 “증시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익과 금리인데 최근 국내 금리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앞으로 주가는 이익 변수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 전문가인 신 사장은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부동산 펀드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사장은 “부동산 신화는 과장된 측면이 크다”며 “집을 사서 가격이 오르기를 기도하는 것보다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게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할 수 있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신 사장은 연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재임 기간 만년 적자 구조를 탈피해 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누가 후임자로 오든 잘할 것이고 미련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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