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이 금융투자업계에는 예외를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고액 비정규직이 많은 업계 특성을 고려해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지난 19일 서울경제 일자리 희망포럼에서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에게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지만 연봉은 비정규직이 2배인 금투업계 현실을 설명했다. 황 회장의 말을 들은 이 부위원장은 “업계의 현황을 잘 알고 있다”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고 황 회장은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포럼을 비롯해 공식 석상에서 “조선업·건설업 혹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보기술(IT) 분야는 정규직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위원회에서 (정규직 예외 대상을 담은)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겉으로 보면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투업계는 구조조정이 잦고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회사의 채용 계획 중 정규직은 68%였지만 증권사는 39%에 불과했다. 증권사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나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을 맡는 기업금융(IB) 전문가, 채권이나 외환 거래를 하는 트레이더, 펀드매니저, 고액자산가를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 등 대부분의 직군은 성과급 중심의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보면 애널리스트의 월 평균 임금이 484만원이고 펀드매니저 465만원, 증권 중개 및 외환 딜러가 447만원을 받는 고소득자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006800)는 경력이든 신입이든 신규 채용 후 1년은 계약직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금투업계의 일자리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업황이 악화돼 신규 채용이 줄고 이직도 잦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국내 증권사 중 채용 인원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증권을 제외한 9개사의 올해 채용 인원은 293명으로 지난해 신입·경력 채용 인원 952명의 30%에 그쳤다. 금투협 조사 결과 2012~2016년 증권사 근로자는 6,926명(19.3%)이 줄어 전체 금융업계에서 축소 폭이 가장 컸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노조위원장은 “인센티브가 높다는 말에 전문 계약직을 택했다가 다시 정규직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의 한 고위인사는 “단순 업무로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는 사무직 등의 연봉 인상을 제한한다면 지금보다 정규직 비중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세원·서지혜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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